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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테러 전쟁'과 한반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일방적 공격에 아프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공격 직후 미국민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상승했지만, 한편으로 보복을 공언한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간쪽의 테러 반격이 언제 시작될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항공기 테러보다 더욱 다루기 쉬운 생화학무기가 사용돼 희생자도 엄청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보복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이성적 목소리는 강경론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도 않고 불똥이 아프간에서 어느 나라로 튈지도 불투명하다. 동시다발 테러로 숨진 미국민들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희생될 무고한 목숨들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의 반테러 전쟁에 동의할 수 없다.

테러 사건이 터지자 당장 한반도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이거니와, 미국과 14년째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었다. 북한은 이번 테러를 비난하며 선을 그었다. 외무성 성명에 이어 리형철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테러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북한에 은신해 있는 일본 `적군파'를 테러단체에서 제외한 것도 한가닥 희망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전쟁 외에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없는 미국 형편상 북-미 대화 재개는 상당기간 뒤로 늦춰질 것 같다.

*전쟁위협 준 것만도 큰 변화*

다행스런 것은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조율을 거친 뒤 남북대화를 우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테러로 인해 국제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도 남북간에는 예정대로 5차 장관급회담이 열렸고, 성과는 없었지만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도 진행됐다. 3차 이산가족 상봉도 예정대로 16일부터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6.15 공동선언'이 발표됐지만 북한이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느냐, 괜히 우리만 들떠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일방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보수세력의 비판은 여전하다. 특히 평양 통일축전에 갔던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이런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다른 것은 제쳐놓더라도, 현재 우리가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지 않는 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이고 성과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70만 군대가 총칼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수만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북한에 엄존한 상황에서 이런 정도의 `믿음'이 생긴 것만도 예전과 얼마나 달라진 것인가. 이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북한이 달라졌다고 수긍할지 궁금하다. 대북 화해정책의 적실성은 결국 이렇게라도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남북간 증오 절망감 없애야*

그러나 이는 초보 단계의 평화일 뿐이다. 남북이 지금과 같은 불안한 평화에 머물지 않고 좀더 확고한 믿음을 쌓으려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군사적 신뢰가 쌓이고 군축이 이뤄지는 데까지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간 교류 협력이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북한도 적극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남쪽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은 떨어진 쌀값을 걱정하고 정부는 적정재고량을 넘어 엄청난 관리비용을 걱정하면서도, 굶주리는 북녘 동포들에게 선뜻 식량을 지원하지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우리 수준이다. 한쪽이 망해야 남북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완고한 냉전세력이 여전히 목청을 높인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농민들을 의식해 앞장서 대북지원 주장을 펴 물꼬를 튼 것은 어쨋든 평가할 만한 일이다.

테러를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 분쟁과 대립 가능성을 줄이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증오심과 절망감을 없애는 것이라면, 이는 남북간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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