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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독점의 폐해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가장 힘이 센 권력기관은 단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였고 국군보안사(현 기무사)가 그 뒤를 이었다. 반체제 인사는 물론 야당 의원, 심지어 여당 의원들까지도 말을 듣지 않으면 기관 지하실에 끌려가 혼쭐이 났다.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항명파동'을 일으킨 내로라는 공화당 실세들이 어떤 곤욕을 치렀는지는 잘 알려진 얘기다. 법은 뒷전이었고, 번거롭게 법치를 동원할 염치조차 차리지 않았다. 유신 이후에는 긴급조치 등 법적 보조장치까지 완비했다. 이런 사정은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때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벌거벗은 폭력'은 더이상 용인될 수 없게 됐다. 최소한 법의 이름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권한과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졌음은 물론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검제·인사청문회의 제도화

권력이 집중돼 있으니 각종 로비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번 옷로비 사건도 그렇고 이번 `이용호 게이트'도 본질은 같다. 이용호 게이트는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조폭이 등장하고 법의 파수꾼인 검찰 간부들이 연루된 고약함을 고루 갖췄다. 법을 수호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검찰 간부가 `범법'의 비호세력으로 의심받는다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자부심 강한 엘리트 집단의 도덕 불감증에 아연할 뿐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끼리 두루두루 봐주는 것이 `인정'으로, 권력의 프리미엄 쯤으로 통용돼온 탓이 크다. 선처를 부탁한 전화 한통 값이 1억원이라니, `전관예우'란 말 자체가 보통 사람들을 얼마나 화나고 절망하게 만드는지 짐작이나 할까.

이용호 게이트 수사는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방향이 잡혔다. 특별감찰본부라는 조직까지 만들어가며 안간힘을 쓰던 검찰로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동료, 상사와 조직 우두머리의 동생까지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검찰이 최선을 다해 파헤쳤다 하더라도 국민이 믿어줄 리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특검제를 받아들인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그러나 특검제가 이런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야간 신경전 끝에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검찰총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켜 자질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총수 자리에 앉도록 해야 군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정권이나 검찰 내부 비리에 관한 사안은 특검제로 처리하도록 제도화한다면 내부도 긴장하고 국민의 불신과 냉소도 사라질 것이다. 기소독점주의나 검사동일체 원칙, 상명하복 규정 등도 사법개혁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실에 엮여 적당히 눈감아 주다가는 자신이 당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누구라도 조심하게 된다.

사정기관 장악 욕심 버려야

이처럼 힘이 집중된 곳이 검찰이고 보면 그 조직을 장악하고픈 것은 권력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역대 정권은 국세청장과 함께 검찰총장만은 믿을만한 자기 사람을 앉혔다. 한 사람이 선택되면 선배 기수나 동기들은 줄줄이 옷을 벗는 `전통'은 검찰조직을 더욱 정치바람 타는 곳으로 만들었을 터이다.

그러나 사정기관을 장악해 정권의 기반을 든든히 하겠다는 것은 단견이다. 정권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은 바로 민심이다. 따지고 보면 검찰 뿐아니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형님 아우하며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 현 정부로선 가장 뼈아픈 얘기들이 나도는 것도 힘을 독점한 실세들이 장막 뒤에서 이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몇몇이 밀실에서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고 공식회의는 이를 추인하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은 급기야 `권력의 사유화' 비판과 함께 동교동계 해체 주장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이용호 게이트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미꾸라지 한마리가 웅덩이를 흐리는 것으로 돌리는 한 우리 사회는 맑아지지 않는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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