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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9.05(목)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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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언론인가/ 정연주


19세기 말, 미국의 유명한 언론 사업가였던 조지프 퓰리처(그의 유언에 따라 ‘퓰리처 상’이 생겨났음)는 여러 얼굴을 가진 인물이었다. 망해가던 <뉴욕 월드>라는 신문을 인수하여 한편으로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뉴스와 편집으로, 다른 한편으로 정부와 사회의 부패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 기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미국 최대 부수의 신문으로 만들었다. ‘1등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죽기 살기식의 무한 경쟁을 벌였으며, ‘황색 언론’의 원조라고 불릴 정도로 선정주의가 극에 달한 신문을 만들었다. 기사의 과장·왜곡은 보통이고, 없는 얘기를 만들기까지 했다.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신문’

<뉴욕 월드>의 영향력이 한창이던 시절, 퓰리처는 이 신문의 영향력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커야 한다고 여겼으며, 심지어 외계인들에게도 이 막강한 신문의 존재를 알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품었다. 그래서 그는 뉴욕 인근인 뉴저지에 거대한 간판을 세워 자기 신문 이름을 써놓으면 화성인들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랫사람들은 이 해괴하고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드러내놓고 비판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그의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했다. 그 때 한 사람이 퓰리처에게 물었다. “어느 나라 말로 써야 될까요?” 화성인들이 영어를 쓰는지, 퓰리처의 고향인 헝가리 말을 쓰는지 알 턱이 없었다. 결국 퓰리처는 언어 문제에서 답을 얻지 못해 그의 과대망상을 접어야 했다.

거의 100년 전 미국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데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여겼던 권력욕의 측면에서, 그리고 경쟁지를 꺾기 위해 피투성이의 무한경쟁과 상업적 선정주의를 서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100년 뒤의 우리나라 대자본 신문들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우선 세습 족벌신문 사주들 호칭부터 미국이 따라오지 못한다. 100년 전 미국서는 퓰리처와 같은 막강한 언론 사업가들을 ‘신문 백작들’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대자본 신문의 사주는 ‘백작’보다 훨씬 막강한 ‘밤의 대통령’이 아닌가. 게다가 아예 적극적으로 ‘대통령 만들기’까지 해왔으니, ‘백작’의 힘이 어디 이에 비할 수 있으랴.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 문제와 관련해서 최규선씨가 입만 뻥끗해도 연일 대서특필이었고, 그의 테이프는 미주알 고주알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두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해서 김대업씨의 테이프나 발언은 대자본 족벌신문들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면서 ‘병역비리 의혹’이라는 본질보다는 테이프의 진위, 김대업씨 개인 비방 등 곁가지들로 법석을 떨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실이 지난달 7일부터 20일까지 5개 신문과 3개 방송의 병역비리 의혹 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은 ‘한나라당 편들기’와 ‘테이프 조작설 및 의혹 부풀리기 보도’에 치우쳤으며, ‘병역비리 의혹의 본질 및 쟁점 보도’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편파성이 두드러졌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가령 ‘병역비리 본질과 쟁점’ 보도는 5건으로 전체 병역비리 의혹 보도의 8%에 불과한 데 비해, 곁가지 성격인 '병역비리 본질 흐르기'‘김대업씨 사생활 공격’‘테이프 조작설’ 등은 모두 24건으로 38%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편들기’도 14건으로 22%에 달했다고 한다.

언론의 1차적 기능조차 방기

게다가 최근 한나라당이 <문화방송> 등 4개 방송사에 보낸 공문에서 “이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이른바 ‘신보도지침’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다음날 기사화하지 않았다. ‘대통령 만들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언론의 1차적인 기능인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일보는 첫날‘사실 보도’는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며칠 지나 사설에서 이를 다루는 ‘기형’을 보였다.)

과거 군부 독재시절, 정치권력의 폭압적 힘에 재갈이 물린 언론은 학생 시위, 노동자 파업 등 정권의 눈에 거슬리는 사실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가 만개해 있는 지금 그들은 왜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1차적 기능마저 내팽개쳐버렸을까.

‘대통령 만들기’라는 권력욕과 오만으로 눈이 멀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어난 사실조차 눈 감고, 귀 닫을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언론이라 할 수 있는지 ….

정연주/ 논설주간 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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