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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7.11(목)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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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앗아간 매파들 세상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한 달 전 표지기사로 ‘유럽은 조지 부시를 진정으로 증오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한 달이 지난 최근치에서 이 잡지는 이 질문에 대한 유럽 독자들의 반응을 일부 소개했다.

매파 두목 부시

미국 뉴욕에서 36년간 특파원 생활을 한 뒤 지금은 은퇴하여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한 네델란드 사람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매우 혹독했다. “이곳 유럽 사람들 대부분은 조지 부시와 그의 협력자들을 경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보다 더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여기고 있으며, 백악관을 차지하거나 자유세계를 지도할 가치가 전혀 없는 인물로 여기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를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세계적 테러리스트로 보고 있다.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은 부시가 그의 아버지처럼 첫 임기를 끝낸 뒤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인은 자못 조롱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돌아온 ‘어글리 아메리칸’(추한 미국인)처럼 보인다. 유일한 슈퍼 파워인 미국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기를 거부한다. 우리 유럽인들은 조지 부시를 에너지·철강·방위산업, 유대계 로비스트들, 이스라엘 정부, 기독교 우파들의 끈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로 본다.”

또다른 네델란드 사람의 비판도 매섭다. “부시는 복잡한 문제의 한 면에만 대응한다. 그것도 지나치게 단순화하면서. 그는 현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끔찍한 일이다. 그의 행정부 안에서는 콜린 파월처럼 현명한 사람들의 영향력이 행정부내 카우보이들보다 영 못하다.”

이 유럽인들은 힘을 맹신하는 카우보이들이 설치고 있는 ‘부시의 세계’와, 유일 슈퍼파워의 우두머리로 우뚝 서 있는, 그러나 위험천만한 조지 부시 대통령을 경멸감과 두려움으로 비판하고 있다. 선제공격론, 중동정책, 아프간 공격 등의 일방주의에서 보듯 부시 이후 세계는 정말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눈을 한반도로 돌려보자. 여기도 예외없이 강경매파들의 칼춤으로 평화는 여지없이 위협당하고 있다. 북한 군부의 무모한 모험주의에다 증오의 감정에 휘발유를 뿌려대는 남쪽 매파들, 거기에 미사일 방어체제와 국방비 증액을 위해 북한 위협이 ‘필요한’ 미국 매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긴장과 대결에 부채질을 해댄다.

남쪽의 강경론과 냉전식 단순 이분법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전쟁 한번 해요. 한번만 똑바로 하면 안 들어 온다.”(강창성 한나라당 의원) “(어부책임론 등) 이적논리를 개발해 유포한 자들을 색출해 엄벌해야 할 것.”(한나라당 성명)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고, 국민을 편가르기 한다. 이런 정치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경몰이를 하면서 함께 국민 편가르기를 해 온 극우언론들이 되레 ‘국론분열’을 걱정한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에 이르면 할말을 잃게 한다.

이 처참하고 추악한 현실은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 그렇게 신명났던 ‘붉은 세상’을 다시 ‘빨갱이’라는 냉전의 낡은 시대 속으로 돌려놓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를 또다시 붉은 색안경으로 덧씌워 ‘친북 좌파’니 ‘이적론’이니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느니 그런다. ‘붉은 응원’이 상징했던 신명, 개방, 자유분방, 하나됨이 이렇듯 또다시 증오, 폐쇄, 권위,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증오와 분열의 늪

그러나 절망하지 말자. 그렇게 한나라당과 극우언론들이 총궐기하여 분노와 증오의 불을 지피고 대결과 긴장의 목소리를 높여도 그 약효는 그다지 크지 않다. <문화일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극악스러울 정도의 강경몰이 속에서도 ‘햇볕정책 폐기·재검토’가 48%, ‘확전 위험 감수하더라도 강력대응’이 55%에 지나지 않았다.(55%는 절반을 넘었으니 약효가 대단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극우언론들의 광기마저 느껴지는 강경몰이를 생각하면 그다지 높은 수치가 아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건강성과 합리성이 그만큼 높아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징후다. 그리고 그 희망은 신명, 개방, 자유분방, 하나됨의 절정을 보여준 ‘붉은 악마들’ 세대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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