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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신문' 절독운동/ 정연주


미국 뉴햄프셔주는 인구가 1백만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주다. 그러나 4년마다 열리는 예비선거 때가 되면 이 조그만 주의 정치적 크기는 엄청나다. 첫 예비선거가 치뤄지고 그 결과가 대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뉴햄프셔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피켓을 흔들며 후보 지지를 목청껏 외친다.

미국의 민주주의, 미국 사회의 건강성을 얘기할 때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뉴햄프셔 예비선거 취재 때 만났던,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길모퉁이에 서서 열심히 피켓을 흔들어대며 지지후보의 이름을 외치던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방정책이 오만한 대국주의와 미국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별도로 미국 내부의 건강성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이런 자원봉사자들과 그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다. 미국의 선거법 그 어디에도 낙선운동을 비롯한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그랬다가는 당장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사태를 빚게 될 것이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많다. 노사모를 `사이비 종교집단', 노사모 회원들을 `정치룸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노사모가 펴기로 한 `조폭신문 절독운동'을 `정치활동'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노사모가 새로운 정치활동을 할 때 사조직의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실정법과 어떤 마찰을 빚을지도 주목된다”고 은근히 벼르기도 한다.

그럼 한가지씩 따져보기로 하자. 엄청난 세비를 받아먹으면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걸핏하면 방탄국회나 열어 범죄자 보호에 급급한 집단이 정치룸펜인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정치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이 정치룸펜인가. 정치룸펜이니 사이비 종교집단이니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 그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 피켓을 흔들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외쳐대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미치광이집단의 모습일 터이다.

그리고 `조폭신문 절독운동'은 엄연한 소비자 보호운동이다. 어떤 소비자들 눈에는 조선일보 등의 신문상품이 조폭적 행태를 보이는 불량제품일 수 있으며, 따라서 그 불량제품을 시장에서 추방하자는 움직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소비자운동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플레이보이> 등 섹스 잡지를 보이콧하는 운동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정치판에도 탄핵, 리콜 등 `불량제품' 추방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량제품을 추방하자는 소비자운동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그런다. 소비자 보호운동이 자본주의가 한껏 무르익은 사회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정치활동'의 딱지도 유신독재 시절부터 사용돼온 매우 낡고 유치한 수법이다. 박정희 유신독재권력은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양심적인 대학교수, 목사를 가리켜 `정치교수' `정치목사'라고 불렀다. 음험한 의도가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활동이 왜 나쁘단 말인가.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갖고 있는 기본권의 당당한 행사다. 투표행위도 그렇고,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것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도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노사모'든 `창사랑'이든 그 어떤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도 기본권의 행사일 뿐이다. 그러기에 시민들의 정치활동은 당연히 고무·찬양·격려·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후진적이고 퇴영적인 지금의 선거법에다 갖다 걸기 위한 함정으로 `정치활동' 운운하며 몰아간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정작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가로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조폭신문들의 최근 행태다. 이러고도 불량제품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인지…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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