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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 '죽음의 길'


잿빛 겨울들녘에 혼자 내던져진 것같은 허허로운 적막감과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외롭고, 가진 것이 없고,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지금의 계절은 몹시도 견디기 어려운 법이다. 크리스마스다, 연말연시다 하며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적막감과 외로움, 서러움과 고통을 더욱 짙게하기 때문이다. 결코 모든 이들에게 이 계절이 `고요하고, 거룩한' 게 아니다.

개인의 삶도 그러하거니와 집단의 삶도 마찬가지다. 힘의 논리, 괴물같은 무시무시한 무기, 광기서린 폭력이 이성과 지성을 압도한 채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다섯살, 여섯살 짜리 아프간 어린이들이 생존을 위해 하루종일 벽돌을 찍고 있는 이 끔찍하고 잔인한 가난과 불평등과 폭력의 세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해마다 이맘 때쯤 듣게되는 노래가 하나 있다. 우리시대 최고의 팝 듀오로 평가받는 사이몬과 가펑클이 지금부터 35년 전인 1966년에 만든 `7시 저녁뉴스와 거룩한 밤'이라는 노래다. 크리스마스 근방에 가장 많이 불려지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흘러 나오고, 그 뒤로 저녁 7시 뉴스가 겹쳐진다. 베트남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이 한창 불타 오르던 당시 미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과, 살인·폭력이 난무하는 마약사건도 전해진다. 공화당 매파인 리차드 닉슨이 “베트남 반전운동이야 말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라는 연설 내용도 있다.

이 노래가 전하는 메세지는 이 세상의 되어가는 일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매우 모순되는 질곡과 탐욕, 불의와 불공평, 착취와 억압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35년 전의 저녁뉴스지만 힘센 자들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별로 달라진게 없다. 그 때 미국의 패권주의가 인도차이나에서 확전으로 치달았다면, 지금 미국의 패권주의는 테러방지를 앞세우며 힘으로 세계를 다스리려는 군사적 일방주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소련 붕괴 이후의 세계에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별다른 견제나 제재없이 마구 치닫는다는 것이다.

국내서 일어나는 일들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거리가 멀다. 각종 `게이트'는 부패의 먹이사슬이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사사건건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는 정치도 희망을 주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굴종과 아부, 또는 침묵에 빠져있던 거짓 지식인 무리들이 사회의 민주화 폭이 넓어지자 온갖 궤변으로 소란스럽다.

희망의 징후들

그렇다면 정녕 희망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제 한 시대를 접고 또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몇가지 희망의 징후들이 보인다. 누가 뭐라고 하건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민주화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언론자유가 만개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서 음습한 부패의 습지도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리던 전횡의 시대도 끝났다. 지금 터지는 각종 `게이트'는 역설적으로 그런 전횡의 시대가 끝나고, 음습한 습지가 감춰지지 않는, 사회가 그 만큼은 투명해졌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고위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더러운 돈을 먹었다가는 언제 쇠고랑을 찰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살아가야 한다.

희망의 또다른 징후는 사회 몇몇 분야에서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독과점 체제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족벌신문들의 여론 독과점 체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방송과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을 보라),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이들 족벌신문 세습사주들의 도덕성도 여지없이 폭로됐다. 정당도 보스 일인지배 체제라는 독과점 체제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정치구조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이며, 역사의 필연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거스르며 낡은 과거의 독과점 체제에 머문다면 그것은 스스로 파멸하고 마는 공룡들의 죽음의 길일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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