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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언론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미국의 대선과정과 언론보도를 분석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선거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얘기들 가운데 어떤 것을 기사로 다룰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지기'의 기능, 후보들이 쏟아내는 여러 정책들과 후보 개인의 자질 문제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조사관·감시자'의 기능, 그리고 정치적 사안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주는 올바른 '해석가'의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문지기 노릇을 하는지,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을 제대로 전하는 조사관·감시자의 책무를 다 하는지, 편향되지 않고 올바른 해석을 내리는지, 언론이 늘 깨어 있으며 챙겨야 할 일들이다.

미국 언론의 선거보도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경마경주'처럼 순위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스캔들 등 후보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들추는 상업적 선정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이 줄곳 있어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급 정론지들과 주요 방송들은 후보들이 쏟아내는 각종 선심용 정책들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력과 '한 식구'가 언론

시선을 국내 언론으로 돌리면 암담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번 재·보선 과정을 돌이켜 보면 한국 언론은 제대로 된 문지기도, 정확한 조사관·감시자도, 올바른 해석가도 아니었음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는 야당의 펌프질에 요란법석을 떨다가 선거 뒤 펌프질이 끝나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정당과 '한 식구'가 되는 지경까지 돼버렸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선거가 끝난 뒤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애써주신 출입기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한 식구'로서 너무 애쓰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웃음과 박수로 이회창 총재의 '한 식구' 발언에 열렬히 응답했다. 정치권력과 '한 식구'가 돼버린 언론, 정당의 펌프질에 맥없이 끌려 다닌 언론에서 제대로 된 문지기, 정확한 조사관·감시자, 올바른 해석가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와 관련하여 한국 언론이 쉽게 저지르는 또 다른 문제점은 '시끌시끌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속성이다. 걸핏하면 '조기과열'이라고 나무라고, 한 정당에서 몇몇 후보가 나와 대결을 벌이면 금방 당이 두 쪽이라도 날 것처럼 대립과 갈등부터 외치고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 인물이 등장하기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시끌벅적하기 마련인, 후보들 간의 적극적인 경쟁없이 어떻게 새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조용한 선거' '질서정연한 후보 선출과정'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유산이다. 군부독재 정권은 정치적인 바람이 불거나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게 두려웠다. 그게 두려워 '조기과열'이니 '정치과잉'이니 하면서 바람을 차단하려 했다. 대선 후보 선출도 '전심'이니, 뭐니 하면서 낙점을 한, 준 세습체제였다. 민주주의란 원래 시끌벅적한 것이며, 그게 정치적 축제로 승화돼야 하는 것이다. '조용한 선거'는 기득권 세력의 독과점 체제를 유지·보강시켜주는 함정일 뿐이다.

이 엄중한 시대, 언론의 책무

내년 대선은 여러 면에서 우리 민족의 장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프간 사태에서 보듯 일방적이고 적극적인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미국의 군사주의와 패권주의는 한반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남과 북의 자주적이고 적극적인 화해·협력·평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지 못하면 한반도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남과 북의 강경파들 농단으로 또다시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대립과 증오의 시대로 되돌아 가고만다.

이 엄중한 시대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도자 선택을 위해 언론이 올바른 문지기, 감시자, 해석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만약 또다시 정치권력과 '한 식구'가 되거나, '대통령 만들기'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려 한다면 그런 언론은 반드시 도태하고 만다.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므로.

정연주/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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