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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비극, 미국의 수렁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을 때 미국서 이슬람과 중동문제에 가장 권위있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존 에스포지토 교수와 회견한 적이 있다. 조지타운대학의 이슬람·기독교 화해연구소장인 그는 <이슬람의 위협> 등 주요 저서를 통해 이슬람에 대한 서방의 편견, 선입관, 잘못된 신화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그는 이슬람에 대한 가장 잘못된 편견으로 이슬람을 지나치게 단순화, 일반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을 `이슬람 근본주의자' `이슬람 과격파' 등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이슬람 세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없애버리고, 이슬람을 서방의 기독교 문명과 대립관계에 둔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문명충돌론도 따지고 보면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으로 세계를 보는 냉전식 사고의 산물이며, `근대화=서구화'라는 잘못된 근대화론에 바탕을 두고 이슬람을 기독교 문명의 대칭점에 있는 반서구적, 전근대적인 것으로 보면서 갈등과 대립구조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우리'와 `그들'- 위험한 이분법

그의 말대로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은 항상 위험하다. 그런 의식의 바닥에는 공존과 화해보다는 정복과 대립의 적대감이 깔려 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 뒤에도 이런 이분법이 깔려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 집단의 편이 되든가, 우리 편이 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연일 폭탄세례를 받고 있는 아프간의 모습이 참혹하다. 민가에 떨어진 오폭으로 아침식사를 하던 아버지와 어린 아이 7명 등 일가족 8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혼자 살아남은 어머니는 몸무림을 치며 절규했다. 전쟁의 참혹한 결과는 폭격으로 인한 이런 직접적인 피해 뿐만이 아니다. 수십년에 걸친 내전과 3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보복전쟁이 터지기 전 이미 대규모로 번진 기근이 폭격으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국제구호기관에 따르면 아프간 주민의 70%가 현재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져 있고, 인구 2200만 명 가운데 무려 750만 명의 주민이 외국의 식량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일 계속되는 폭격으로 국제구호기구 요원들이 상당수 철수했고, 구호식량의 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근상황이 더욱 참혹해지고 있다. 특히 아프간 주민의 85%가 산악지대 등 도시와 뚝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 이르는 도로사정이 워낙 조악하여 혹한의 겨울에는 아예 식량공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제구호기관들은 지금 당장 폭격이 중단돼야 그나마 겨울에 대비한 식량공급이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올해는 11월 22일)에 풍성한 음식을 즐길 때 수많은 아프간 주민들은 비참하게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국제구호기관인 `국제양심모임'의 짐 제닝스 회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미국에도 음산한 분위기가...

아프칸의 참상에 비유할 건 아니지만, 미국 언론이 전하는 미국의 모습도 음산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는 특집으로 `수렁에 이르는 길'을 다뤘다. 탈레반 정권은 생각보다 강건하게 버티고 있고,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온갖 위험요소들-치명적인 지뢰밭, 여러 위험한 질병들, 혹독한 겨울, 쉽게 미국을 등질 수 있는 아프간의 `동맹들' 등-이 미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시원한' 군사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 도처에서 반전 반미 시위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내에서도 부시 지도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탄저병 공포는 수그러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성조기를 흔들며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라'는 노래를 합창하던 때의 분위기는 분명 아닌 듯하다.

아프간의 참혹한 비극, 미국이 빠져들고 있는 수렁, 이 둘을 피하는 방법은 없는가. 전쟁은 분명 답이 아니다. 그것은 극단주의자들을 더욱 극단으로 흐르게 만들고, 온건한 사람들조차 극단으로 휘몰아 간다. 피와 보복의 악순환을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스스로 분명해진다.

정연주/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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