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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오만의 덫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은 대승을 거뒀다. 하원에서 무려 54석을 더 얻어 40년 동안 하원을 지배해온 민주당 시대를 끝냈으며, 상원에서도 10석을 더 얻어 10년만에 상원 지배권을 탈환했다. `공화당 혁명'이라 불리어진 이 거사의 한 가운데는 역사학 교수출신의 보수 강경파 뉴트 깅그리치가 있었다. `아메리카와의 계약'이라는 보수쟁책 10가지를 내건 깅그리치와 공화당 매파들은 중심을 잃고 흔들거리던 클린턴 행정부를 맹렬하게 질타한 끝에 혁명적 승리를 얻어냈다.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뒤 하원의장으로 등극한 뉴트 깅그리치는 여소야대의 구조 속에서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깅그리치는 다음 대통령의 야망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로 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의 재선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터다. 깅그리치와 그를 따르던 매파들은 다수의 힘을 믿으며 자신들의 보수 이데올로기를 거침없이 밀어부쳤다. 95년말 새해 예산안 협상 때 이들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연방정부가 부분폐쇄되는 이변까지 벌어졌다. 그것은 숫자를 과신한 오만이 만들어 놓은 파멸의 덫이었다. 깅그리치의 정치적 몰락이 시작됐으며, 이듬해 대선에서 클린턴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재선됐다.

깅그리치 몰락의 교훈

다소 장황하게 미국 정치얘기를 했다.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터에 미국 정치상황을 한국에 빗대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일에는 보편성이라는게 있어, 뉴트 깅그리치의 몰락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숫자와 힘을 믿는 강자의 논리, 오만의 행태가 파멸의 덫이 된다는 것이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손을 잡은 뒤 수구 보수세력이 정치판에서 숫적인 힘을 얻게 됐다. 임동원 통일원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고, 국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한층 드세어졌다. 거기에다 탈세·횡령혐의로 사주들이 구속된 족벌신문들의 난폭한 보도행태가 여소야대의 구조와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특히 <조선일보>는 일부로부터 `조폭 찌라시' 또는 `깡패신문'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가 됐다. `너희는 짖어라. 낙하산은 간다'가 이 신문의 5월 10일자 사설 제목이다. `감히 누가 우리를 건드려?' 하는, 자신의 힘에 대한 과신과 이에 따른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아니면 80년대 이후 이 신문이 즐겨온 압도적 영향력이 쇠퇴해가는 것에 대한 금단현상에서 비롯된 비정상의 몸짓일 터이다. 이 신문은 특히 친일의 역사와 군부 독재시절의 야합과 굴종의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민주화 세력,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에 대해 유난히도 표독스럽고 잔인하다. 그리고 늘 힘있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논리를 대변하기도 하고, 주도하기도 한다. 그 강자의 논리는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까지 이어져있다. 그러나 힘을 과신하지 말라. 그것은 쇠락의 덫이 된다.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는 그의 명저인 <강대국의 흥망과 성쇠>에서 역사적으로 힘있는 나라들이 어떻게 흥하고 쇠망하게 됐는지를 조명한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한 나라의 부가 생산적인 목적보다 국방비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 그 국가는 끝내 쇠퇴하고 만다는 것이다. 대영제국, 스페인, 프랑스가 그런 운명의 길을 걸었으며, 미국도 그런 길을 걷고 있다는게 케네디 교수의 분석이다.

힘으로 흥한 자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없이 미국은, 특히 부시 행정부는 `강한 미국'을 앞세우며 엄청난 국방비를 책정해왔다. 이미 내년 국방비로 명목상으로는 사상 최대인 3432억 달러를 책정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대 나라의 국방비를 죄다 합쳐놓은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과다한 국방비가 상징하는 힘의 논리, 강자의 논리는 결국 그 나라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방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평화와 공존이 아닌 지배의 논리다. 깅그리치의 몰락, 힘있는 나라들의 흥망 성쇠에서 보는 역사의 가르침은 냉혹하다. 힘의 과신은 쇠락의 덫이 되며, 그리하여 힘으로 흥한 자는 힘으로 망한다는.

정연주/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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