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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10월24일17시59분

    한겨레/ 사설·칼럼/ 정연주 칼럼
    [정연주칼럼] 한국신문의조폭적행태(2)

    지난 13일 오후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이 고려대 앞에서 보여준 코메디성 해프닝과 그 이후의 상황은 이 땅의 세습언론과 세습사주들의 행태가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매우 희화적으로 보여줬다. 김병관회장의 횡설수설과 해괴한 행태는 그 자신 많은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고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 한 마디 거들게 할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동아일보 기자더러 “너거 회장한테 술 좀 그만 묵고 다니라 그래라. 그래갖고 회사나 학교나 운영이 되겠나”고 나무랐다.

    이에 앞서 김병관 회장은 고려대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하사'했다는 CD에 담긴 <심장에 남은 사람>의 가사를 읊조리기도 하고, 그가 주사파라고 욕했던 농성학생들과 함께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반 아셈'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번 이 난에 실린 '한국 신문의 조폭적 행태'라는 칼럼 복사본을 흔들며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애비 잘둔 덕'에 언론황제

    김병관 회장의 술주정과 횡설수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동아일보 지면을 비판한 사내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인 여기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낮술에 취해 동아일보 편집국을 방문한 '왕과비'의 여주인공 채시라에게 “대왕대비 마마!”를 외쳤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알콜 중독성의 인물이 우연히도 동아일보 사주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덕에 세습사주가 되어 신문과 여론을쥐락펴락해 왔다. 그의 해괴한 행태와 술주정이 잠시 배꼽을 쥐게 하는우스개 꺼리가 될지 모르지만, 이런 인물이 한국 언론의 주요부분에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절하고 끔찍하다.

    '애비 잘 둔 덕'에 세습사주가 되어 언론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곳이어디 동아일보 뿐이겠는가? 한국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은 모두 이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습사주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다시피 그들은 조폭처럼 자신들의 영역확대를 위해 피투성이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면 이를 감추기 위해 일치 단결하여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번 김병관 회장의 술주정 해프닝은 <한겨레>와 <한겨레21>,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그리고 <시사저널> 등에만 보도됐을 뿐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 일간지들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조폭성 사주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한국 신문들의 뒤틀린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신문의 지면을 통해서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기업주의 도덕성을수없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불투명하고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서는 `조폭의 의리'를 발휘하여 한사코 침묵한다.

    언론노조여 깨어나라!

    한국 신문의 개혁에 대해 수많은 처방들이 나왔다. 족벌의 주식소유에한도를 두고, 공정거래법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이고 철저한 세무사찰을 하는 것 등이다. 이런 제도적 개선과 함께 세습언론 내부에서 적극적인 혁파운동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습언론의 노조가 자사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대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참된노조로 거듭 태어나는 일이 매우 절박하다. 대자본의 상징인 세습사주의제왕적 권력에 맞서 제몫을 하는 온전한 언론으로 태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노조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6년전 동아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유신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언론의 횃불을 높이 든 10.24 기념일이다. 이제 오늘의 젊은 기자들은 유신독재의 굴레가 아니라 언론황제가 지배하는 대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2의 10.24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해야할 때가 됐다. 동지들, 그렇지 않은가?

    논설주간jung4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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