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


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0년08월23일15시22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민족적 사회주의

    남북정상 회담을 전후하여 시작된 남북 사이의 교류는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났는가 하자, 조선국립교향악단이 평양에서 날아와 남쪽에 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그 회담을 축하하기 위해 평양 교예단과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서울에 와서 크게 갈채를 받은 바 있다. 앞으로도 남북 사이의 교류는 더욱 늘어날 것인데,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인적 접촉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만남을 통해 느끼는 것은 북쪽이 가지는 강한 민족적 색깔이다. 북한 사람들은 입는 옷으로부터 생각과 말에 이르기까지 민족적인 것에 푹 젖어 있다. 그 모습은 남쪽 사람들에게 가슴 속 저 깊이 품고 있는 원형적 향수를 자극한다. 그 향수가 일상적으로 잊고 사는 자신의 행복의 고향이라면, 남북의 만남은 남쪽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행복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된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평양 고려호텔 종업원들이 이산가족들의 시중을 들며 몰래 눈물 지을 때, 이산가족들이 연출하는 민족적 슬픔은 더욱 민족적인 것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평양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서울의 연주에서 전통악기를 서양악기에 편입시켜 아리랑, 문경새재 등 배합관현악을 연주했는데, 그 연주를 들은 전문가들은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민족적 선율이 강했다”고 평했다.

    민족적 색채 강한 북한사회

    다음달 2일 북한으로 송환되는 어느 비전향 장기수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족적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이 전향하지 않은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가 쓰러지는 시점에서도 그 믿음이 그를 지탱시켰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아마 민족의 힘에 뿌리를 둔 사회주의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주의가 본질적으로 계급해방에 본뜻이 있다면, 사회주의 앞에 `민족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무래도 그 본령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회주의 운동 진영내부에서 오랫동안 토론했던 주제였다. 이를테면 타민족의 압제를 받는 식민지 상황에서 민족문제를 제치고 계급만을 강조하여 사회주의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 문제의식이 그들의 토론주제가 되었다. 1920년대로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등 유럽 바깥 지역에서 벌인 사회주의 운동은 너나없이 민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1920년 코민테른 2차대회에서 `레닌'과 인도 공산당 대표 `로이'가 벌인 격렬한 논쟁은 유명하다. 로이는 브루조아 민족운동가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사회주의 운동이 일시적으로라도 우파와 협력하는 것을 반대했다. 반면에 레닌은 사회주의 운동이 민족문제를 외면해서는 대중들로부터 고립당할 것을 내다보았다. 그들이 타협하여 `민족문제와 식민지문제에 관한 테제'를 채택함으로써, 그 이후로 사회주의 운동은 민족문제를 자연스럽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좌파 독립운동 재평가 할 때

    일제하에서 우리의 경우도, 우파의 민족운동과 마찬가지로 좌파의 운동 또한 민족독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제껏 좌파가 주도한 독립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시급히 시정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에도 김한 선생 등을 비롯한 좌파쪽의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유공자 포상대상에서 빠졌다. 이것은 그 후손들의 처지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북한쪽의 강한 민족적 색깔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민족분단이 계속되고 우리를 둘러싼 외세는 강고하다. 해방을 얻은 지 반세기, 아직도 민족문제는 남북이 해결해야 할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그것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한, 한반도에 사는 이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북한 사람들이 말마다 통일을 앞세우고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사회주의 이념이 민족문제와 씨름해온 결과적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깊은 이해 위에 설 때, 남북의 교류는 더욱 친밀해질 것이다. 논설주간kk@hani.co.kr

    [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