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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7월25일18시23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박정희 기념관'서 생각할 점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요 몇년간 박정희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추모열기가 대단했던 점과 비교하여, 그 비판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할 만하다. 지금으로 보아 그 기념관을 여의케 지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71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하여 반대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한 터이고,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그 부당성을 잇따라 지적하여 나섰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나라를 18년간이나 통치한 인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여전히 널리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당사자 개인을 넘어 나라의 현대사가 크게 왜곡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실로 박정희 전대통령 문제는 우리의 역사적 인식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가 끼친 18년간의 공과를 떠나 절대로 지나치지 못할 것은 그의 식민지 장교 경력이다. 나라와 민족이 식민자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터에, 그는 자원하여 식민지 군대의 장교가 되었다. 그가 졸업한 학교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이다. 일본 군국주의를 지키는 첨병이 되어 그가 배속받은 곳은 같은 또래 동족청년들이 독립운동을 벌이는 중국의 만주지역이었다. 식민지 군대의 장교로 독립군과 총칼로 마주 대한 것인데, 이 일은 그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다.

    독립군에 총칼 겨눈 일본군장교

    그의 기념관 건립이 논의되는 지금, 이러한 이력을 무겁게 따져야 하리라 본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그가 독립된 나라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리도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후세에 길이 남을 기념관 짓기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으니, 이 나라는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독립된 나라가 아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에도 커다란 해악을 끼쳤다. 애초에 5·16 쿠데타로 합법정부를 전복하여 집권했으며, 3선개헌과 유신독재를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닦았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배신하고 인권을 유린하였다. 그의 집권 아래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목숨 잃고 투옥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셀 수없이 많다. 그의 집권말기인 유신독재 시절에는 사람들끼리 마음놓고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도록 사방에 감시의 눈이 번득이고 있었던 탓이었다.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아 비굴해지고, 거기에 저항한 사람들은 고문과 탄압으로 몸과 마음이 부서져 오늘도 그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다 아는 그의 과거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우리 사회 안에 철저하지 못한 생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기념관 건립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예 논외로 치자. 그러나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은 “그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념관 건립이 아직은 적당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태도가 실제로는 기념관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안다. 그렇다 해도 그러한 태도는 옳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그에 대한 평가는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식민지 장교가 되어 총뿌리를 독립군 가슴에 겨누었던 반민족적 이력만으로도 그의 기념관은 세우기 어렵다. 거기에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반인권의 폭정을 저지른 일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그런 터무니없는 건물을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려되는 가치관 혼돈

    일부에서는 경제개발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말한다. 경제개발의 주체가 땀흘린 국민들이므로 그러한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설령 그것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가 민족과 민주주의를 배신한 사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가, 사람이 지켜 마땅한 가치를 소중히 지녀 보존할 때 사람은 그 속에서 행복을 지향하여 살 수 있다. 박정희 기념관을 짓는 일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뿌리부터 흔드는 일이며, 이런 혼란이 반복되면 사람의 삶은 불행해진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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