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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7월11일19시05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나라 발전과 사회의 기율

    나라가 어수선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로 요 얼마동안은 사회가 안정감을 잃은 듯이 보이고, 중심도 흔들리는 듯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집단적 요구와 주장들이 사회체제 안에서 부드럽게 수용되거나 다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우려하는 것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정글식 논리가 통용되는 것 아니냐는 점일 것이다. 의사폐업의 위협이 정부의 양보로 진정된 다음부터 나오는 걱정이다. 그 폐업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거센 여론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왜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도 뒤따른다. 그 뒤를 이어 롯데호텔과 사회보험 노조 파업의 진압이 있었고, 금융노조의 파업이 잇따랐다. 노동조합은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럴만한 까닭을 지니고 있는 터여서, 정부의 강경한 파업진압에 저항과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롯데호텔 파업에서는, 사용자 쪽이 노동자들에 보이는 비상식적이고 가혹한 태도는 전혀 문제되지 않고, 정부와 노조만이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호텔사업이 나라의 대외적 이미지와 관련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본질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준다.

    국민 안정감 잃어

    총체적으로 최근의 잇딴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론이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집단이기주의가 정도를 넘는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정부가 그것들을 잘 조정하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와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안락감을 잃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싶다. 왜냐하면 한 사회가 뚜렷한 기강과 기율 속에서 움직여야 만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평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균형감과 안정감 속에서만 사회는 합리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만일 힘만이 삶의 원칙이 되어, 사람들이 발가벗은 경쟁과 대립 속에 내던져진다면,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은 거기에서 멈춘다. 그럴 때 불행감과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어, 그런 사람들이 창조적 주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한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창조성이 계발되고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도전과 모험은 수용되고 격려받아야 마땅하다. 거기에서 창조의 계기는 마련되고 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험이나 도전이 얼핏 거칠거나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그 싹을 서둘러 자를 일은 아니다. 거기에 한 사회의 발전의 징후가 감추어진 경우는 많다. 발전과 창조의 싹을 자르기 주저하지 않는 도식적인 사회에서는 긴장감이 자취를 감추고 역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움직임이 일방적으로 혼란으로 매도되거나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창조성은 자유방임적 상황에서 꽃피는 것은 아니다. 자유방임적 시장질서가 약자를 도태시켜 강자의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강자가 더욱 강자로 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창조성이 제 계기를 만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의 창조성은 일정한 기율 아래서 발현된다고 볼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언제나 창조적이거나 새롭지는 않다. 그 행위는 궤도를 일탈하는 경우도 있고, 창조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분별하는 것은 일정한 지향성과 기율의 중심을 가진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 일탈은 도태되고 창조성은 지지받는다.

    새로운 문화창조의 계기

    우리는 지금 과도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과정에 있다. 사회가 역동적인 것은 좋지만, 그것이 한 사회의 기율을 깨뜨리는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이 자중하고 자애할 필요가 있을 것이나, 정부로서도 조정·타협의 장치와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회가 중심없이 흔들려서는 나라의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자존과 자기 위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의무이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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