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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6월27일18시43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약자를 차별하는 문화

    며칠전 케이비에스에서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 프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세상에 널리 알림으로써, 그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성원들의 관심도 높이는 의도를 지녔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아 즉석에서 자동응답 전화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다. 내가 본 프로에는 마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터라 북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나왔는데, 그가운데 한 탈북자 부녀의 사연이 너무 안쓰러워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상처받는 탈북자들

    그 탈북자는 아침마다 직업을 찾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의 구인란을 보고 전화로 구직을 애걸해 보지만,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상대가 알면 그것으로 직업찾기는 수포로 돌아간다. 북에서 왔다는 사실이 구직에 풀릴 길 없는 멍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딸은 더욱 안쓰럽다. 중학생인 그 딸은 텔레비전에 뒷모습만 보인 채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는 것 알리기 싫어요.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남쪽에 와서 받는 상처가 너무 깊고 큰데, 그 상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부녀의 처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탈북자들의 생활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왔다면, 남쪽의 사회분위기로 보아 환영받으며 떳떳이 살 줄 알았는데, 아마도 그들은 의아스러움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사람 차별은 유난하다. 최근에는 그 차별이 부메랑이 되어 거꾸로 우리를 겨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여, 동남아쪽의 여론이 나쁘게 돌아간 지 오래고,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되어 항의당하는 일이 잦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우리나라에 와서 몸 다치고, 손가락 잘리고, 성폭행 당하고, 임금을 떼이는 일이 허다하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차별적 사회분위기 아래 살고 있다. 그들이 이곳에서 받은 모멸적 대우는 평생에 걸쳐 잊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말 현재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만 6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섭섭함을 넘어 분노감과 원한감을 지닌 채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고 있다. 이 현실을 시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는 국제적으로 떳떳이 얼굴을 들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민족내부에서 벌어지는 차별행위이다. 앞에서 말한 탈북자말고도 연변 동포 차별은 이미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애초에 그 동포들은 한국과 교류의 문이 열리면서 큰 기대를 걸었다. 남쪽 고국을 향한 그리움에 더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한 조국이 자랑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나머지 그들은 와서 보고 싶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도움도 받기 위해 고국에 많이 몰려왔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여러 어려움을 넘어 도착한 고국은 너무 그들을 쌀쌀하게 대했다. 그 동포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숱한 비인간적인 일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제껏 고국에서 일자리를 잡아 일하는 동포들도 그저 노동하고 임금을 받을뿐 고국을 향한 애정이 있을 성 싶지 않다.

    인간회복 운동 벌여야

    약자에 대한 차별은 우리의 비겁하고 저급한 의식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것을 도덕적으로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 한걸음도 더 발전할 수 없다. 북에서 온 어린 소녀를 학교와 사회에서 외톨이로 만드는 이런 나라가 어떻게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암담한 생각이 든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를 어떻게 대접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는 너무 부도덕하고 미개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곳에서는 강자든 약자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어렵다. 대대적인 인간회복 운동이라도 벌여, 비열한 의식에 대한 반성의 기운이 전사회로 번져야만 하리라 본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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