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


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0년06월13일18시18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기대와 축복의 만남

    평양 순안 비행장의 환영식 모습에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면서 북쪽에 한발을 내딛는 순간,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민족사의 한 장이 넘어가고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지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순안 비행장의 감격적인 장면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중계되어 세계인들의 의식 속에 각인되었다. 이제껏 주로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던 한반도가 기대와 축복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던진 것이다. 앞으로 이 소중한 만남을 어떻게 지속시키면서 민족사를 새롭게 써나갈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7천만 민족의 역량에 달렸다. 민족의 성심과 성실만이 한반도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새로운 역사적 전망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한시간 남짓 타고 가니 그러한 역사적 전환이 기다리는 것을, 지금까지 55년 동안 우리는 바보짓을 하며 살아왔다. 서로가 입을 굳게 닫고 눈을 부릅뜨며 상대를 노려만 보았을 뿐, 언제 한번 마음을 열고 대화의 문을 튼 적이 없다. 그 만큼 남북의 적대와 대립은 완강하고 날카로운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남북 분단이라 말하지만, 그 분단이라는 말이 함축하는 우리의 불행은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웅혼한 민족의식 되살려야

    분단의 의미가 `잘리어 나뉜다'는 뜻이라면, 그것은 산천의 나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생활, 의식,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삶 그 자체가 동강이 나고 갈가리 찢긴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물리적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분단으로 갇힌 좁은 생활 속에서 우리의 생각이나 의식이 관대하고 웅대할 리 없으며, 남북간에 서로 작게 다투고 대립과 적대가 깊어진 것도 더욱 그러한 까닭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두 정상의 만남은 편협한 우리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역사적인 작업이며, 그 작업을 통해 웅혼한 민족의식을 되살려 행복하고 화해로운 삶이 약속되었으면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숱한 주문이 쏟아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이 내놓은 의견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이미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사람끼리 만나지 못해 오해가 쌓이고 문제가 뒤틀리는 것이므로, 정상끼리의 만남만으로 남북간에 화해의 기운은 싹틀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오랜 세월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논의에 논의를 거듭해왔다. 그런 것들이 쌓여 오늘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볼 때, 남북은 이미 화해와 협력의 큰 걸음을 떼어 놓은 것이다.

    남북정상 회담이 새로운 전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회담이 예정되면서부터 무엇보다도 북한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 매우 호혜적이며 정중하다. 텔레비전에서는 북한의 여러 모습을 특집으로 꾸며 호의적으로 방송하고 있으며, 북한 영화도 잇따라 방영하고 있다. 정상회담 관련 좌담회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법이 없다. 이런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물묘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부정적으로 보도하던 것에서 벗어나 김정일 위원장은 “두뇌회전이 빠르고 통이 큰”인물로 바뀌었다.

    대중지지가 성공의 열쇠

    그러한 김위원장은 정작 회담일정이 시작되면서 민족문제 해결의 주도자로서 김대통령과 함께 온종일 텔레비전에 나타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남쪽에 긍정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이번 회담을 통해 남과 북이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들어선 것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역사적인 전환은 대중적 의식이 바뀌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회담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높아질 때, 남과 북은 민족의 장래를 새롭게 건설해갈 수 있을 것이다.

    논설주간kk@hani.co.kr



    [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