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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5월30일18시21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문화의 분위기를 바꾸자

    현대사회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이 늘 그렇지만, 최근 들어 삶의 내용이 더욱 어수선하고 불안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니는 것은 우리사회가 대체로 본질을 제쳐두고 피상적으로 사물을 대하기 버릇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부도덕한 사건이 빈발하는 가운데, 그 사건들을 엄히 꾸짖는 행위 그 자체 또한 어딘가 위선적이거나 작위적인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 부도덕한 행위들을 생산하는 원인을 천착하지 않는데다, 그것들을 비판하는 주체가 도덕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길 것이다.

    불안한 느낌은 현대인들이 갖는 일반적인 병적 현상이다. 물질생활에 의해 정신이 억압당하고 지나친 경쟁으로 마음이 찢기고 쫓기는 상황에서, 인간이 불안 속으로 빠져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올 봄에는 유난히 여러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계모가 일곱살 난 딸을 극도로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아들이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여 엽기적으로 유기한 사건, 끝없는 폭행과 학대에 항의해 아내들이 저지른 여러 건의 남편 살해 등이 계속되었다. 이런 모든 사건들이 우리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만성적 불안감과 불행감에 빠져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인간적 삶의 위기들

    이런 충격적인 사건 말고도 사회와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들도 있었다. 386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5·18 전야에 술판을 벌였다 하여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총선연대 대변인을 지낸 장원씨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사건들은 우리사회의 도덕성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386 당선자들의 경우 5·18 전야가 아니었더라면 그토록 도덕적 비난이 쏟아질 리 없을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그날 밤의 음주문화는 우리사회의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범주를 벗어난 것도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을 수 있는 일을 당하여, 더구나 5·18에 관한 한 그다지 떳떳치도 않은 일부에서 비난에 앞장섬으로써 어딘가 위선적이거나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 하여도 이번 일들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는 여성을 차별하는 남성 우위의 문화일 것이다. 여성을 남성에게 시중드는 대상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희롱과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엄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들을 흥분하여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런 문화로부터 결백한 것인가?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널리 번져 있다. 차별과 학대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항의, 가난한 연변동포나 러시아 동포를 향한 무시와 질시, 이런 것들은 우리가 얼마나 인종차별에 익숙해 있으며, 가난한 자들에게 군림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차별은 이미 사람들 의식에 내면화돼 사회내부에서도 여러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녀, 계층, 지역, 학벌 등 모든 것을 기준으로 차별은 만연하고 있으며, 그때문에 질시와 반목과 적대와 보복이 악순환을 이루어 우리의 삶은 더욱 동물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차별문화와 싸울 때

    남을 차별하는 인격은 파괴된 인격이다. 그러한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이루는 가정과 사회가 우애로울 리 없고, 그곳에서 사는 삶이 안락하고 평화로울 까닭이 없다. 현대 자본주의적 생활이 주는 조악하고 불안한 삶에 더하여, 우리의 차별적 문화가 만들어내는 비극성은 가히 이 사회를 지옥도에 버금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제는 그러한 반인간적 문화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할 때라고 본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하며, 그러한 반성적 행위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볼 때다. 이렇게 해서 이 사회에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새로운 분위기의 문화를 창출할 때에만, 우리는 우애로운 가운데 행복한 삶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근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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