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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5월16일18시19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회한의 20년

    오늘이 5·17, 1980년 전두환·노태우씨의 이른바 `신군부'가 `민주화의 봄'을 유린한 지 오늘로 20년이다. 그렇다면 그 민주의 반역에 광주의 전시민이 맨몸으로 저항에 나선 것도 내일로 20년, 5·18 20주년이 찾아온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격변의 역사를 거치면서 우리는 여러 일들을 겪었다. 광주의 저항이 유린당하여 절망과 좌절의 세월을 살았는가 하면, 많은 고난을 넘어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루어냄으로써 환희와 득의의 순간도 맛보았다. `정권교체의 실현'이 상징하듯이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그렇다 하여 그 민주주의가 정상적인 발전의 길에 들어섰다고 장담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지금 민주화를 자랑하고 넘어가기에는 광주항쟁과 관련한 미진한 문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탓이다.

    5·18 20주년이라 하여 떠들썩 하지만, `광주'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광주'의 고립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왜곡되고 취약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광주의 고립은 5·18의 고립이며, 군부 쿠데타에 맞선 시민항쟁의 고립을 의미한다. 그 항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광주의 것이자 국민의 것이다.

    `광주'고립시켜 쿠데타 성공

    광주항쟁이 그 곳 시민들이 주도한 것이므로, 여러 지역적 해석과 설명이 뒤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차적인 것일뿐, 시민항쟁으로서의 기본성격을 훼손할 수는 없다. 60년의 마산의거와 79년의 부마항쟁이 그렇듯, 광주항쟁도 똑같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시민항쟁으로 전국적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도 단순 명쾌한 일에 복잡한 설명을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

    광주항쟁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결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신군부는 계엄 발표문을 통해 그 항쟁을 지역주의적으로 몰아붙였다. 쿠데타 세력은 계엄사의 검열을 수단으로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여 광주항쟁의 진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런 가운데 지역감정을 덧씌움으로써 그 항쟁이 전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지역을 이간질하는 계엄사의 발표문을 보면서 몽둥이로 정수리를 얻어 맞은듯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던 느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것은 궁지에 몰려 눈이 뒤집힌 사람들이 아니고는 감히 발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언론이 통제당하고 있던 환경에서 신군부의 기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시민항쟁은 전국으로 번지지 못하고 광주에 머물렀다. 그로써 신군부의 쿠데타는 성공을 거두고 소생하려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숨을 죽였다. 실로 광주는 그때로부터 고립되어 오늘에 이른다.

    광주의 고립은, 시민을 집단적으로 살상한 쿠데타 세력이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저지른 악마적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일이 그 뒤로도 계속되어 마침내 지역을 쪼개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에 이르렀으니, 지난 20년 동안의 회한이 깊다. 얼마나 못난 국민들이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계속했을까 싶다. 사회성원이 모두 그 책임을 나누어 져야 겠으나, 그 가운데서도 언론과 지식인 사회의 책임은 크다.

    일부 지식인에 역사적 책임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광주의 고립에 앞장서거나 협조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국민들의 의식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지역주의가 이토록 번진 역사적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행여 그들의 권력이 광주를 기반으로 한 야당으로 넘어갈까 싶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광주의 고립이 지역주의의 표현이라면, 그것이 이 사회의 분열을 불러올 것은 빤한 이치다. 그 분열은 각 조직사회를 분열시키고 이웃, 친구, 동료들 사이에 불화와 반목을 조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할 리는 만무하여, 모든 전향적인 정책들은 지금도 지역주의에 발목잡혀 있다. 5·18이 던지는 과제는 여전히 `광주'를 모든 이들의 것으로 승화시키라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5·17 세력의 악마적 주술로부터 우리의 의식을 해방시키라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여 그 노력 없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김근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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