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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5월02일20시38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김성재 수석과 지역문제

    김성재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비서관이 영호남의 지역문제에 대해 발언을 한 것이 주간조선에 게재되어 여러 논란을 낳았다. 그가 발언한 내용이 `소수(호남)의 단결은 정의이고 다수(영남)의 단결은 불의'라고 요약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비판과 비난만이 압도하면서 그의 본뜻은 숨을 죽이고, 이 문제를 둘러싼 토론은 실종되었다. 김성재 수석이 품고 있는 정치·사회적 가치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비판만 당해도 좋은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양비론으로 해결 안돼”

    김성재 수석의 본뜻은 지역문제를 두고 양비론적 관점을 지니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 있다. 그의 말은 기본적으로 옳다. 모든 개개의 사물은 성질이나 본질이 같지 않고 그것이 나타내는 현상 또한 엄연히 차별성이 있으므로, 그것들을 똑같이 취급하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석은 양비론을 배격하면서 영호남의 단결(싹쓸이 현상)에 성격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호남은 “5·16 군사정권 이후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40년 가까이 지배해온 집단에 의해 차별당하고 억압당해온” 데 반해, 영남의 경우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 현상을 양비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지역주의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수석은 우리의 지역문제가 단순한 마이너리티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억압과 희생의 터전 위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요약하면 군사독재 40년 동안의 호남차별과 정치적 억압을 사상한 채, 지역주의적 현상을 양비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김성재 수석의 본뜻이다. 김수석의 견해를 이렇게 본다면, 지역주의적 현상에 차별적 의미가 있는지 여부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차별적 의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부터 우리는 지역문제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 접근방식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수석의 발언에 대한 비판은 그 발언의 참뜻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비판의 내용을 간추리면 대체로 이렇다. `왜 2분법적으로보는가', `소수는 언제나 정의로운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격화시키는 발언', `대통령 측근이 행한 부적절한 시점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다.

    이러한 물음이나 주장들은 부분적으로는 일리 있고 어느 면 타당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성재 수석이 말하려는 의도에서는 많이 비켜가고 있다. 또한 그가 대통령의 비서라는 점을 내세워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그렇기에 더욱 그의 발언을 신중하게 살펴 반응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김수석은 영호남 문제를 2분법적으로 본다기 보다 그 문제에 얽힌 역사적 성격을 말한 것이다. 그는 어느 지역의 싹쓸이는 옳고, 어느 지역의 싹쓸이는 옳지 않다는 점을 말한 것이 아니다. 어느 사회문제라도 역사적 본질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는 그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소수가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지만, 영호남 문제에서 소수쪽이 반응하는 현상을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핵심 떠나 일방적 비난

    김성재 수석 발언에서 문제의 핵심이 수십년 동안의 호남 차별과 거기에서 비롯된 지역문제를 직시하자는 것인데, 그런 발언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면, 더이상 논의와 토론의 여지는 사라진다.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이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해하고 있는지, 이 문제에 대한 정직한 성찰 없이 우리의 지역문제는 실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지역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모든 이의 삶이 지역주의로 왜곡되고 나라의 통일이나 민주화가 그것으로 덜미 잡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너무 민감하고 자극적인 문제를 피해가자는 언론과 지식인 사회의 소극성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한 지식인의 적극적인 발언이 나왔는데도, 그 발언을 오히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서둘러 비난하고 덮어버리니, 앞으로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는 데 대단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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