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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4월18일18시17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유권자가 반성할 점

    4·13 총선이 끝난 뒤 정국은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깃드는 듯이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정국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개혁추진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걱정은 여소야대의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나오는 것들이다. 선거가 끝난 뒤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으나, 여전히 여당이 소수파로 몰린 정국은 한국의 정치를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점이 있는 것이다.

    왜 정치인만 비난받나

    정치를 비판적으로 말할 때 그 대상은 으레 정치인이 되게 마련이지만, 본질적으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권능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따라서 유권자가 잘못된 정치의 책임을 모면할 도리는 없다. 특히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들의 수준과 책임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반성은 불안정한 정치가 계속되는 데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다. 선거란 민의의 표현이고, 그 결과는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과 그 집적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의정치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선거결과를 가지고 나라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무게를 지니는 선거가 여러 이유로 왜곡된다면, 그것 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허망함을 넘어 한 사회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을 근본으로부터 흔들어댄다.

    이번에는 지역주의와 낮은 투표율이 선거결과를 결정지었다. 이것은 분명히 유권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정치적 태도를 두고 여러 설명과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유권자들의 의식수준과 도덕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언제나 정치의 잘못을 정치인에게만 묻고 있으나, 그 정치인과 정치의 내용을 만들어내고 규정하는 당사자는 바로 유권자이다. 예컨대 지역주의에 있어서도 유권자가 그것에 반대하여 결연하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지역주의의 연원과 현실을 말하자면 긴 연구와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깝게 정치인이 지역주의를 조장한다 하여 거기에 휘둘린다면, 그것은 유권자의 책임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적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사는 노무현·김정길씨 등이 낙선하고, 반인권적 이력 때문에 총선연대의 집중 낙선대상자로 지목된 정형근씨가 당선되는 일은 반이성적인 지역주의의 맹목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심각한 것은 낮은 투표율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사상 가장 낮은 57.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질 낮은 정치를 그토록 개탄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선거를 기피하는 현상은 참으로 특이하다 할 것이다. 투표하지 않고 정치를 비판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한들 정치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정치 무관심이나 혐오가 생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그 주역들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열의가 야당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관심을 부추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했으니 유권자들 눈에 정치의 잘못된 부분이 확대되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한 사회를 진보시키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개혁 포기하는 개혁진영

    정치 선진국의 투표율은 높다. 거기에도 일정하게 정치적인 권태감이 존재하지만, 유권자들은 투표에 성실히 참여하여 잘못된 정치를 교정한다. 지난 95년 독일 총선의 투표율은 82.3%였고, 97년 영국 총선은 75%, 같은 해 프랑스 총선이 68.5%였다. 유럽에서 투표율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보수와 진보진영 양쪽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표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사회는 균형을 이루어 발전한다. 우리의 경우 특히 개혁을 지향한다는 20-30대의 투표율이 매우 낮다. 보수적인 쪽의 투표율은 높고 개혁세력은 낮다면 그 사회는 기형적인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런 곳에서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사회를 진보시킬 도리가 없다. 이번 선거가 극명하게 보여준 이러한 위험한 현실을 생각이 있는 유권자라면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논설주간 김근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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