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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4월04일18시40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선거에서 생각할 일

    총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느 선거때와는 달리 후보 개개인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다. 병역·납세·전과 기록 등이 샅샅이 들추어져 유권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감추어둔 흠이 한가지라도 드러나면 그 후보는 선거에서 매우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병역과 납세 실적 등이 공개되면서 여야의 선거 판세가 크게 움직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후보에 대한 자질검증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선거판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거에 시민과 언론이 이런 식으로 직접 개입하는 일은 이제까지는 없었다. 이런 현상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알맹이 빠진듯 허전한 느낌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는 이처럼 겉으로 보아 매우 격렬히 진행되는 듯이 보인다. 시민사회가 정치를 직접 교정하겠다고 나선 것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이것이 우리 정치사에 남긴 의미는 매우 크다. 이번 일로 정치가 시민사회의 직접적인 견제와 감시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치는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이상과 미래의 지향 속에 존재하리라는 점을 믿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정치인 개개인으로는 섣불리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기도 어려우려니와, 당선된 뒤에도 의원생활을 잘하고 품위도 지켜야 다음에 재선을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의 발전에 중요한 시사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미들을 되새기면서도, 이번 총선이 본질적으로 알맹이가 빠진듯 허전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저질의 정치와 부도덕하고 불성실한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는 높다. 그 분노와 분개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불을 붙였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준낮은 정치와 정치인을 생산하는 본질적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그것은 광주항쟁과 6월항쟁의 민주주의 정신이 현실정치에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에 항거한 87년 6월의 대대적인 시민항쟁 이후에도 정권은 바뀌지 않고 군사정권은 계속되었다. 그 뒤의 문민정부도 엄밀한 의미에서 군사정치 세력의 계속집권에 불과한 측면이 있으며, 지금 국민의 정부는 독자적인 힘이 아니라 군사정치 세력 일파와 협조하여 정권교체에 성공하였다. 이렇게 된 데는 맹목적인 지역주의 탓이 크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는 끝간 데 없이 왜곡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항상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고, 기강이 무너진 혼란한 정치는 반민주적이고 부도덕한 과거의 정치인을 온존시켰다.

    무능하고 부패하고 반민주적인 정치와 정치인의 존재, 그것은 민주주의가 제 궤도에 들어서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정치개혁을 겨냥하는 시민운동이나 유권자의 선택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총선연대 등이 낙천·낙선 대상자를 고르는 데 있어 과거 반민주의 이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정치에서의 무능, 부패, 비효율, 부도덕을 추방할 수 있는 본질적 처방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정치의 문제는 누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누가 반민주의 이력을 가졌는지를 분간할 수 없는 데 있다.

    반민주적 정치인 추려내야

    이번 선거는 역시 반민주와의 싸움을 벌이는 데 모아져야 옳다. 과거의 반민주적 유산을 청산하지 않고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민주화 투쟁 여부가 핵심적 고려사항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정파가 민주화 투쟁의 이력을 지니는지, 어느 후보가 군사정치 세력에 협조하여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를 살펴야 옳으리라 본다. 반민주적 이력의 정파나 정치인을 추방하지 않고는 우리 정치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 낡은 정치, 무능·부패 정치인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더욱 힘있게 벌여야 한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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