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0년03월21일18시50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동아·조선의 80년

    올해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창간 80주년을 맞이하여, 여러 행사를 마련하면서 크게 기뻐하는 것을 본다. 한세기가 넘는 파란만장한 한국언론의 역사에서 동아·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두 신문의 역사가, 이 민족이 겪어온 격동의 삶의 궤적을 뒤따라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신문에 가해지는 비판은 가혹한 점이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과거와 관련해서는 거두절미하고 `친일적'이었다는 비난을 퍼붓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두 신문에는 반일도 친일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두 신문이 창간한 20년대에는 식민권력에 대한 민족적 저항이 거셌다. 송건호 선생이 지적한대로 자치도 허용되지 않았던 암흑의 식민지 시절에, 두 신문은 모든 문제를 토론하고 다루는 민족기관이었다. 거기에 기라성 같은 좌우의 지사들이 모여들었다. 두 신문은 소식과 논평을 전하는 언론이면서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을 도모하기 위한 절실한 민중적 수단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신간회 운동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하는 비타협적 민족운동 진영이 좌파와 손잡고 벌인 운동이다. 1927년 신간회 운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두 신문은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을 지원하고 새로운 이념의 도입에 열성이었으며, 그 운동들의 노선과 방법론 정립을 위한 토론을 선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20년대 중반 자치운동을 벌였으나, 당시에 국내외에서 고양된 민족운동과 사회운동 진영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이것은 동아일보가 한때 온건하고 타협적인 운동을 모색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그 문제로 동아일보가 비판받을 소지가 있으나, 그렇다 하여 동아일보가 20년대에 겪은 희생과 조선민중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력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신문이 30년대 들어 항일의 기세가 꺾이고 그 후반에는 훼절하여 친일적 태도를 보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서슬퍼런 일본 군국주의의 강제에 버티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한국언론의 수치다. 해방 공간에서는, 학자에 따라서는 당시의 정치적 태도를 두고 두 신문을 모두 극우신문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50년대 들어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자유당 독재 비판에 앞장섰으며, 이때문에 4·19 혁명의 성공은 당시의 언론에게 모두 공이 있겠지만, 동아일보의 기여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발전에 끼친 동아일보의 업적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 어떤가. 두 신문은 이념적으로 극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한 태도 위에서 남북 사이의 민족화해에 소극적이며, 심하게는 불화를 조장하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흔히 있다. 80년전 불타는 민족주의를 내세웠던 것에 비하면 서글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남쪽 내부에서는 지역적 불화가 극심하여 그로 인해 모든 이들의 삶이 왜곡되어 있지만, 지역주의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다. 두 신문은 지역문제를 강건너 불보듯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위한 절실한 생각이 없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민족문제 해결과 사회통합에 소극적이라면, 이 시대 언론의 구실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망연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두 신문에서 쫓겨난 수많은 해직기자들이 밖에 있다. 이러한 현실은 중요한 것을 함축하고 있다. 두 신문이 과거 군사권력과 유착했을 가능성을 말할 뿐만 아니라, 군사정치 시대의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되는 광주항쟁과 6월항쟁에서 두 신문이 한 일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어느 삶이나 그렇듯 두 신문도 80년 동안 영욕의 삶을 살았다. 오늘의 일이 마땅치 않다 해서 두 신문의 과거를 왜곡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민중적 입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던 과거 헌신의 자세를 되찾기를, 그렇게 해서 두 신문이 이 사회의 우애와 평화에 기여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논설주간kk@hani.co.kr





    [Home | 사설칼럼|기획연재|정치|경제|사회|스포츠|국제|증권|문화생활|정보통신|만화|전체기사] []
    copyright(c)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