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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3월07일21시41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근 칼럼
    [김근칼럼] 인본적 사회 향한 큰싸움

    아니나 다를까,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지역주의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각 정파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는 탓이다. 지도자들이 그러하니 선거전이 앞으로 얼마나 혼탁해질지 가늠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권력이라는 게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이어서, 권력을 다투는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일이 반복된다.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정치 지도자들이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 하니, 야비한 그 행태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지역감정에 색깔론까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김윤환·김광일 민국당 최고위원 등은 지역감정을 내세우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 김종필씨의 경우는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그렇게 심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아연한 느낌을 지니게 된다. 전국적 영향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자칫 말을 잘못하면 사회성원 내부에 커다란 분란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인데, 사리 분간을 못하는 철없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지역감정말고도 색깔론까지 내세워 전방위로 뛰고 있다. 아무리 자민련의 처지가 급하기로서니 그럴 수는 없다. 김윤환씨와 김광일씨는 민국당을 아예 영남당으로 만들 작정을 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노골적인 발언을 거듭해서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몰아치는 미친 바람에 맞서 지역감정 조장을 비판하고 매도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선거의 가장 특징적 현상이라 할 만하다. 우선 언론이 대대적으로 지역감정에 반대하는 기사와 논평을 싣고 있다. 언론의 이런 보도태도는 종전에 없었던 일이다. 지난 87년 이래 날이 갈수록 지역주의 선거가 판을 치고 지역감정이 온 사회로 전염되어 퍼져나갔지만, 언론은 사실상 오불관언이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지역감정이 이 만큼 위세를 떨쳐 정치를 지배하게 된 것은 실로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볼 것이다. 일찍이 언론이 힘차게 지역주의에 반대해 나섰던들 지금처럼 그것이 정치와 사회전반을 지배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언론이 종전의 자세를 바꾸는 조짐이 보여, 지역주의 정치는 이번 선거를 맞아 커다란 저항에 직면한 셈이 되었다.

    이러한 언론의 움직임과 함께 총선연대와 경실련 등이 지역감정과의 싸움을 선포하고 나섰다. 저질정치와 부패정치를 몰아내자는 시민단체들의 운동이 유권자들의 커다란 지지 속에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나서면서 그 운동에 활력이 떨어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개혁을 성사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시민운동 쪽에서는 지역주의야말로 반개혁적 정치의 온상이 된다는 점을 깊이 깨달은 듯하다. 수십년 군사독재를 이끌어온 정파, 그들이 내세우는 극우적 이념, 거기에 몸담은 반민주·반인권 정치인, 이념적 중심 없는 정파들의 지역연합, 이리저리 무리지어 떠도는 철새 정치인들, 변신을 거듭하여 살아남는 구태의 정치인, 그것들로 빚어지는 정치·사회적 혼란, 이런 모든 것들을 강고히 유지시키는 주범이 바로 지역주의다. 시민단체가 애초에 지역주의에 관한 이런 확실한 인식을 지니고 정치개혁을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그것을 깨달아 실천에 옮기고 있으니,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반개혁 정치의 온상

    이 싸움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언론이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지역주의와의 싸움을 시작했는지 선뜻 답변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그 배경과 성격을 명료히 규정하기 어렵더라도 이번 선거가 지역주의와의 큰 씨름을 시작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특히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가 인본적인 사회를 지향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계량할 수 없이 크다. 부디 이 싸움이 유권자들의 이성을 일깨워 우리 사회가 인간적인 사회를 향한 큰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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