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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시각 2000년01월25일18시47분 KST

    [김근칼럼] 6월항쟁 이래 일대사건

    새로운 정치의 지평이 열리고 있다.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의 교정에 나서면서 현 상황을 `혁명적'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조차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때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인데, 시민이 정치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타율적으로 수술에 나서는 일이 범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뜻이어서, 앞으로 그들의 실천에 따라 정치는 크게 변모할 것이다.

    기득세력 퇴출 겨냥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정치인 개개인들의 인적 청산으로 비치고 있으나, 그것은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그 본질은 기존의 정치질서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운동이다. 이러한 분노에 찬 정치적 저항은 지난 87년 6월항쟁 이래 처음이다. 6월항쟁이 시민들이 거리에서 벌인 비합법적 투쟁이었다면, 지금의 것은 그들이 시민단체에 신임을 실어 벌이는 평화적 정치개혁 운동이다. 두 정치사건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나쁜 정치에 대한 저항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같다. 이처럼 6월항쟁과 지금의 운동은 동류의 것이다.

    그렇다면 왜 13년만에 다시 시민들의 저항이 시작되었을까. 그 까닭은 87년 6월항쟁의 뜻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쟁 당시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간절히 바랐던 것은 군사쿠데타 세력 척결을 통한 민주주의 사회의 수립이었으나, 이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항쟁직후의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 군사 정치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새롭게 등장한 지역주의 탓이 결정적이었는데, 이로부터 한국의 정치는 끝도없이 왜곡되었다. 시민들은 정치에서 빚어진 배신적 결과에 놀랐으나, 수십년 기득권 세력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전히 강고한 권력을 유지했다. 이로부터 뜻있는 국민들은 정치로부터 멀어져갔고, 기득권 세력은 이 틈을 타 정치적 혐오와 무관심을 집요하게 조장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향한 유권자들의 갈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야가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되는 판에 정치에서 역동성이 생길 리 없었고, 정권교체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한갖 저 먼 나라의 일일 뿐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권교체는 꿈 같은 일이었다. 질화로 속 잿더미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불씨처럼,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정의 불씨가 만든 일이지만, 정권교체는 전술적으로도 당시의 여권이 분열하고 그 일부와 정치적·지역적으로 연대함으로써 만들어낸 기적적 사건이었다. 지난 2년동안의 정쟁은 갑작스레 정권을 잃은 기득권 세력의 보복과 앙탈이 빚어낸 현상이다. 그 정쟁은 기득권과 반기득권 세력 사이에 일어난 저차원의 거친 정치적 대립일뿐, 그것이 정책이나 이념상의 경쟁과 갈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 지루한 정쟁으로 비추어 보더라도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완강하며 정권교체는 정치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폭발적인 낙천·낙선운동은 정치권에서는 더이상 도모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기득적 정파나 정치세력의 퇴출을 위해 시민들이 현실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준적 가치 세워야

    지난 13년 동안 계속된 정치의 왜곡으로 우리 정치권은 더할 데 없이 혼란스럽다. 아무런 기준적 가치도 없이 서로가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해 합쳤다가 헤어지고, 저주하다가 손잡는다. 이런 혼란 속에서 권모술수와 기회주의와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누가 진보이고 보수인지, 누가 민주이고 반민주인지 도대체 분간할 수가 없다. 이런 정치상황에 전염되어 전사회는 기강과 기율을 잃었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옳게 사는 것인지 아무도 삶의 기준을 제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군사 정치세력과 거기에 기생한 일부 기득권 세력이 6월 항쟁에 몰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다. 3당합당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이 성공하여 이러한 정치의 혼란을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게 해서 이념으로 다투고 정당한 절차 속에서 이해가 조정되는, 정상적인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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