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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시각 2000년01월11일18시11분 KST

    [김근칼럼] 지역주의와 싸우라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몰아오는 정치적 영향력은 비할 데 없이 크다.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선거구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운동이 후보자들의 당락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운동이 크게 호응을 받는 까닭은 지금의 정치 분위기 탓이 크다. 정치혐오가 극심하고 정치인에 대한 비판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보니 정치와 선거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운동이 더욱 소중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문화가 크게 바뀔 시점에 왔다는 점이다. 비난받는 정치, 분노하는 시민, 낙선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한국정치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낙선운동 만으로 부족해

    그러나 일부 정치인을 겨냥한 낙천·낙선운동만으로 정치문화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역주의 문제로, 그 문제와 본격적이고 지속적인 싸움을 벌이지 않고는 우리 정치는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정치의 선진화를 간절히 염원한다면, 그 정치가 사회성원들의 행복을 키우기 바란다면 결단코 지역주의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총선을 앞둔 지금이 바로 그 싸움에 가장 알맞은 때이다. 지금은 시민사회가 어느 때보다 정치를 바꾸자는 결의를 단단히 다지는 상황이어서 시민단체들이 지역주의와의 대대적인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흔히 지역주의가 정치를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잊는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정치의 현상에만 몰입하는 탓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지역주의가 조종하는대로 흘러간다. 아무리 겉으로는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로 치장해도 그 본질에는 대체로 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에 경실련이 발표한 총선 부적격 정치인 가운데는 비리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 정치인들이 멀쩡히 살아남아 다시 총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되기까지에는 지역주의 작용이 컸다. 정권교체 뒤 정치인 사정이 시작되자 한나라당은 야당탄압을 내세워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텃밭인 부산 마산 등에서 장외집회를 열어 정치사정이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했으며, 그 집회들이 성공하면서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사정은 끝을 보았다. 영남의 지역민들로서야 야당탄압 주장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 호응을 예상하고 비리 정치인 문제를 거기에 결부시킨 야당은 정치적 목적을 이룬 셈이 되었다. 이바람에 여당쪽 비리 정치인들도 덩달아 사정을 모면하고 오늘까지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지역주의 투표는 여야를 불문하고 저질 정치인을 다시 당선시키며, 부도덕한 과거의 정치와 정파와 정치인을 온존시키는 구실을 한다. 반민주적 군사정치를 앞장서 끌어온 정파가 건재한 것도, 과거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행세하는 것도, 온 사회가 도덕의 기준을 잃어 사회적 기강과 기율이 무너진 것도 모두 지역주의가 몰아온 정치·사회적 현상인 것이다. 지역주의를 청산하지 않고는 정치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 전반이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어렵다. 아마도 이런 지역주의 상황 아래서는 사회의 부도덕성은 더욱 깊어지고 조직이나 개인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도덕적 세례 퍼부어야

    낙천·낙선 운동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지역주의와의 싸움은 정치인과 유권자를 모두 대상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그 싸움은 훨씬 본질적이며, 도덕적이다. 오늘의 정치문제는 정치인에게만 있지 않고 기본적으로는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보이는 유권자들에게 더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정치를 만든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주의와의 싸움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일을 넘어 유권자에게 도덕적 세례를 퍼붇는 일이 된다. 그런 도덕적 싸움 없이 우리 사회는 더이상 빛나는 미래를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논설주간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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