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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시각 2000년01월10일00시12분 KST

    [김근칼럼] 자신을 죽여야 사는 정치

    새해, 새 천년, 새 세기를 앞둔 세밑에 설렘과 전망과 부푼 꿈들을 말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일상은 새해에도 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게 시간으로 쪼개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질 까닭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은 사람의 생활역정을 구별하고 종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어서, 인간은 시간을 수단과 매개로 하여 지난 일에서 배우고 반성하며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하는 법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고통에 찬 삶

    인간의 삶은 지난 천년이나 백년, 일년에 어떻게 나아졌는가. 과거를 크게 뒤돌아 보아, 지난 천년의 인간문명이 자연의 이치와 비밀을 밝혀 삶을 크게 개선시켰고, 지난 백년 동안의 이데올로기 투쟁은 계급적 차별을 완화해 인간평등을 지향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 하여 오늘의 우리 삶이 그렇게 개명되어 안락하고 편안한 것인가. 결코 아니올시다일 것이다. 여전히 원시적 인간차별은 엄존하고, 욕망에 가득찬 우매한 인간들의 집단 살상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인간 문명이 가져온 환경파괴는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사람에게 온갖 몹쓸 병을 안겨주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인간의 삶이 천년 백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점에서는 월등히 나아졌을 것이나, 어떤 점에서는 더 나빠진 점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삶과 관련한 가치판단 문제에 드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은 인간의 삶을 두고 거창하게 천년 백년을 얘기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현실이 과거를 압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 문제는 과거 천년 백년의 것이 집적된 것일 수도 있다. 오늘도 여전히 삶이 고통에 찬 것이라면, 천년 백년 전의 인간염원, 이웃끼리 더불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희망이 실현되기에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올 한해 우리 사회는 극도의 어지러움 속에서 보냈다. 그 어지러움은 거칠고 보잘것없는 사회적 삶의 반영인 것이지만, 그 조악한 일상을 당분간 개선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새 천년을 말하여 새로운 것을 다짐한다는 게 실없어 보인다.

    아마 오늘을 가늠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은 정치의 질이나 내용일 것이다. 정치가 사회적 삶의 종합이고 그 관리자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짚어볼 수 있다. 요즘처럼 정쟁이라는 낱말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때는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뀐 뒤 지난 2년동안 우리 정치는 하루도 빤한 날, 바람잘 날이 없었다. 여야관계는 나라를 걱정하고 사회 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아니었다. 건전한 견제와 비판의 본령을 벗어난 지 오래이며, 끊임없는 적대와 폭로로 일관한다. 가급적 상대를 궁지에 몰 수만 있다면 오랜 병폐인 지역주의를 동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공공연히 지역주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사회 내부의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을 통해서라도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겠다는 원시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현상은 천년 백년 전인들 용납될 수 있는 일일 것인가.

    집착 벗어야 바른 길 보여

    집착하면 더욱 꼬이는 것이 사람 일이 아닌가 싶다. 동양적 수행에서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기존의 것들, 예컨대 물욕, 명예욕 따위 욕망과 집착을 비워내는 일을 거듭한다. 이런저런 삶의 경로에서 얻은 회한·분노·욕망·미움·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기존의 관념과 틀을 부술 때 인간은 한차원 높은 새로운 전망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각고의 노력없이 사람은 거듭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비워내는 노력은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크게 필요할 듯하다. 사실은 집권 욕망을 버릴 때만 집권하는 길에 더욱 쉽게 다가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2년동안의 정쟁이 국민들을 너무 지치게 만들어, 우리의 정치는 세밑새해에 정쟁을 지양하라는 보이지 않는 국민적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압력이 새해 여야 총재회담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회담이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면 새해에도 우리의 정치는 고단한 길을 더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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