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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19(일) 19:56

한민족문학을 위한 작지만 큰 걸음


애초에 8월 개최를 목표로 추진되었던 남북작가대회는 해를 넘겨 내년을 기약해야 할 참이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과 국외 300명 가까운 문인들이 북한의 평양과 백두산 등지에서 어우러지게 될 기회는 남과 북 사이의 정치적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13일 금강산에서 있었던 한 행사는 민족문학의 하나됨을 향한 작지만 커다란 첫걸음으로서 주목해 마땅해 보인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쪽 작가에게 주어진 남쪽 문학상으로 화제가 됐던 제19회 만해문학상 시상식이 그것이다. 장편 역사소설 <황진이>는 2002년 평양 문학예술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올해 만해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출판사 창작과 비평이 주관하는 만해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어로 창작된 작품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심사 규정을 사심 없이 적용한 결과 <황진이>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노라고 밝혔다.

북쪽 소설 <황진이>를 남쪽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결정한 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시상식이 실제로 열렸다는 사실이다. 창비는 만해문학상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1월24일에 있을 창비 주관 문학상 합동 시상식에 수상자 홍석중씨를 초청하겠노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북 작가대회의 무기한 연기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세의 냉기류는 홍씨의 참가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시상식은 수상자 없이 일단 치러졌다. 그러나 이달 초 북은 조선작가동맹 이름의 팩시밀리 서신을 통해 금강산에서 시상식을 연다면 수상자 홍석중씨를 금강산으로 보내겠노라는 연락을 해 왔고, 창비가 그에 응함으로써 역사적인 금강산 시상식이 열리게 된 것이다.

수상자 홍씨는 수상 연설에서 자신의 만해문학상 수상이 2000년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 정신에 닿아 있노라고 밝혔다. ‘6·15 정신’이란 남의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북의 조선작가동맹이 남북 작가대회를 추진하면서도 줄곧 앞머리에 내세워 온 바다. 그러니,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한데 모여 치른 올해의 만해문학상 시상식은 남북작가대회의 ‘연습’으로서도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상식에 참석한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장혜명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은 남북작가대회 성사를 위한 비공식 접촉을 계속하는 눈치였다. 곁에서 지켜본바 남북 양쪽 문인들 사이에는 대회의 이른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데, 불투명한 정세 때문에 선뜻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낙관적 전망과 엄혹한 현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홍석중씨의 만해문학상 수상은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홍씨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노트북 컴퓨터가 전달되었다. 북쪽의 기준에서 상금 1천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일 터이다. 그것이 온전히 홍씨 개인에게 돌아가든, 조선작가동맹과 같은 문학예술 단체에 귀속되든, 아니면 아예 북한 사회 전체의 몫으로 귀납되든, 북쪽으로서는 ‘남쪽 문학상의 상금’이라는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해 봄 직하다는 것이다. <황진이>가 북한 소설치고는 이념적 색채가 비교적 덜했다는 점이 만해문학상 수상 결정에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이번의 만해문학상 시상식은 그동안 경직된 체제 논리에 눌려 있었던 북한 문학의 유연한 변화를 이끄는 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쪽 작가들이 북쪽 독자들을 상대함으로써 커다란 ‘한민족문학’의 구상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홍석중씨는 자신의 소설 <황진이>가 남쪽에서 출간된 데 대해 작가인 자신이 허락한 바가 없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남과 북 사이의 작품 발표와 출간에 필요한 저작권 규정 등이 투명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표류하고 있는 남북 작가대회는 하루속히 제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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