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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5(일) 19:26

환경의 위기, 환경운동의 위기


노무현 정부는 시작부터 환경단체와 삐걱거렸다. 그 악연은 마침내 환경단체들이 ‘비상 시국회의’를 결성하고 거리농성에 들어가는 전면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환경정책을 논의하던 활동가들은 천막도 없는 찬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있다. 무엇이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렀을까. 또 이런 사태에 부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정부 출범 이전부터 환경단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국정과제에 ‘환경’이 전혀 배려되지 않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이런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삼보일배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새만금 간척사업을 비롯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터 선정, 북한산 관통도로,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사업, 경인운하 등 해묵은 국책사업에 대해 노 정부는 개혁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과 스키장 관련 규제완화 등 경제논리를 앞세운 환경후퇴 정책들이 앞다퉈 입안됐다. 기대가 실망을 거쳐 분노로 바뀌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참여정부가 돛을 올린 지 불과 두 달만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의 환경분야 개혁 상실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에도 정부와 환경단체 사이에는 늘 불신이 감돌았다. 김대중 정부 이래 정부와 환경단체는 ‘파트너 십’을 유지해 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시민의 참여는 환경문제를 푸는 핵심 조건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그 협력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동거’ 상태였다.

환경단체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진정으로 생각하는지를 의심한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개발이란 좋은 목표라도 환경적인 고려가 배제된다면 봇물 터지듯 개발 광풍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최근에 발표된 일련의 개발정책에 대해서도 정부는 골프장 문제는 지나친 규제의 합리화로, 기업도시는 국가균형발전으로, 관리지역 내 공장설립 면적제한 폐지는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회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개발사업을 하면서 “환경을 희생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부 안에 개발주의를 견제할 균형세력이 없다는 사실은 이런 불신을 키운다. 환경부는 경제부처에 맞서기엔 힘이 부친다. 경유상용차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해 놓고도, 막상 지역경제와 한 자동차 회사에 타격이 크다는 경제부처의 압력에 굴복해 법 시행 전날 시행을 두 달 유예해 준 일은 단적인 예이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벌이는 대형 개발사업의 뒤치다꺼리에 급급한 형편이다. 대통령을 자문하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환경갈등을 해결하고 정부의 개발폭주를 제어하는데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엔 전 정부에 있던 환경보좌관이 없어졌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최고 정책결정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통로가 없는 셈이다.

지난 3일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농성중이던 한 환경활동가는 “이제 환경운동 진영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환경위기를 부른 한 원인이 정부와 너무 쉽게 협상하고 타협해 온 환경단체에도 있다는 자성이다. 사실 환경운동의 ‘제도화’를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주로 공무원과 언론을 상대로 운동을 하다 보니 일반시민과 환경현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어느새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된 활동가는 꼬리를 문 회의로 늘 바쁘지만, 과연 무슨 진정한 변화를 이루고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환경단체들이 총동원돼 ‘비상시국’을 외치는데도 정부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데는 환경단체들이 그만큼 얕보이도록 행동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꿈과 용기를 상실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은 운동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환경위기는 환경운동의 위기이기도 하다.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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