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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07(일) 20:55

삼성이 ‘JY시대’를 열려면


“이렇게 삼성에 척지다가 정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성이 재벌 금융사 의결권 축소 방침에 반대하며 전방위 로비에 나선 뒤 혀를 차는 국회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로비를 벌이는 재벌이 비단 삼성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걱정할 정도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재벌 금융사의 의결권이 줄면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것이라는 게 삼성의 주장이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머리를 젓는다. 그런데도 삼성 주장이 위력을 떨치는 것은 막강한 힘 때문이다. 한 의원은 “여론 지도층이 모두 삼성에 포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시장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옳은 얘기다. 같은 연장선에서 기업들이 잊어서는 안 될 또 한가지가 있다. “시장의 요구,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요구한다. 재벌도 총수가 전권을 휘두르는 전근대적 황제경영 체제에서 투명성·책임성·전문성을 갖춘 선진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검찰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을 7년 동안 엉덩이 밑에 깔고앉아 있다가 뒤늦게 법정에 세운 것도 ‘시대 흐름’ 때문이다. 법을 제멋대로 요리해온 검찰도 이제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시대 요구를 거역하면 자기가 죽는다는 위기감을 가진 것이다.

답답한 것은 정부와 싸우려고만 하는 삼성의 태도다. 삼성생명 상장안 마련이나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 등을 자기 뜻대로 처리한 것에 이력이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이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정권은 이길 수 있어도, 시대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재벌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계안 의원조차 정부를 상대로 정치·이념 투쟁을 일삼는 전경련에 대해 “바보짓”이라고 개탄한다.

세계적 정보기술 기업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의 반홀트 회장은 “진정한 선도 기업은 기술, 시장뿐 아니라 사회 책임경영도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경영실적뿐 아니라 법적, 윤리적, 사회공헌적 책임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은 놀라운 경영실적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나눔 경영’도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말대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경영실적과 사회공헌만으로는 2%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는 물론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재벌의 후진적 소유지배구조를 혁신하는 데 앞장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이 뛰어난 경영실적에 더해 자기혁신으로 국민적 신뢰까지 얻는다면 경영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부의 기업 사냥꾼은 다른 기관투자가나 소액투자자들이 ‘백기사’로 나서 막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자기혁신 없이 “이씨와 외국자본 중에서 선택하라”고 국민을 계속 윽박지르면, “삼성이 왜 영원히 이씨 것이어야 하느냐”는 역공만 거세진다. 삼성 사령탑인 구조조정본부가 관료화, 기득권화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으로서는 앞으로 몇 해가 중요하다. 삼성전자 임원이 된 지 4년째인 제이와이(JY·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 애칭)가 ‘경영수업’의 꼬리표를 떼고 삼성의 전면에 나설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봉건왕조처럼 기업을 세습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비판론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의 ‘제이와이 시대’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습 과정에서 이미 많은 문제가 드러난 삼성이 제이와이 시대를 순조롭게 열려면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삼성의 결단은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나 집단에 삼성이 1위로 꼽혔다. 삼성과 제이와이가 정말 그런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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