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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9.19(일) 20:59

대통령님께


지난해 상을 받아, 얼마 전 유럽으로 한 달짜리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장거리 이동 때는 주로 기차를 이용했는데, 우리나라 기차에도 있었으면 하는 것 몇 가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고속열차 테제베를 4시간쯤 탔습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출발 때부터 도착 때까지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더군요. 배터리가 꽤 오래 버틴다는 생각에 넘겨봤더니 전원을 연결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몰랐는데 모든 자리마다 전원코드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케이티엑스도 같은 업체(프랑스 알스톰)에서 제작됐는데 왜 전원코드가 없을까 생각하며 차량 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펴 놓고 일을 하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충전기로 휴대전화기를 충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배터리로 3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노트북을 써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면 1시간도 안 돼 배터리가 바닥납니다. 좀 오래 된 것은 30분도 못갑니다. 노트북이 절전모드로 동작해, 화면이 어둡고 동작 속도가 떨어지는 불편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 3시간쯤 걸립니다. 새마을호는 4시간 이상 걸립니다. 배터리로는 버틸 수 없는 시간입니다. 저도 최근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텔레콤 아시아 전시회 취재 때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데, 배터리가 바닥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더군요.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앞서 있다고 자랑해 왔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률 따위의 수치가 앞서 있으니 맞는 얘기라고 봅니다. 하지만 전원 시설이 없어 고속열차 특실에서도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섰다고 자랑하려면 이용자 눈높이에서 봤을 때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자전거를 갖고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부 열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자건거를 갖고 여행을 할 수 있게 하더군요. 물론 자전거를 갖고 타면 요금을 더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열차에도 자전거칸을 설치하면 어떨까요? 하루 한대씩에만이라도. 여행 행태가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저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끔 하는데, 현지에서의 이동 때문에 대부분 자동차로 갑니다. 만약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갈 수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가지 자동차로는 가지 않을 겁니다.

요즘 같으면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핀 길을, 누런 들판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데, 차를 가져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주차비를 낼 필요가 없으니 비용이 절감돼 좋고, 장거리 운전과 교통체증에 따른 짜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국가적으로도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주 5일 근무제 도입 효과도 높아질 겁니다.

신문 판촉수단으로 자전거가 뿌려지면서 자건거를 가진 집이 늘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이웃끼리 서로 빌리면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 기차에는 왜 전원코드나 자전거칸이 설치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정책을 결정할 때 다른 부처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철도청이나 고속철도는 철도차량을 설계할 때 안전성과 비용 등을 먼저 생각할 겁니다. 전원코드 설치는 국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정보통신부, 자전거 칸 설치는 여행과 국민체육을 담당하는 문화관광부나 국민건강을 챙기는 보건복지부에서 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정통부 관계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거 몰랐네”라고 하더군요. 고속철도 관계자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차량을 설계할 때 정통부에는 의견을 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이용자 눈높이에서 살피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가능하고요.

기차에 자전거칸을 설치할 때는 도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대통령님께 부탁드립니다.

김재섭 정보통신 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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