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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22(일) 19:42

남북작가대회를 기다리며


24일부터 평양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작가대회가 연기되었다. 대회의 북쪽 주관단체인 조선작가동맹은 대회 초청장 대신 23~25일 금강산에서 긴급실무회담을 하자는 초청장을 민족문학작가회의에 보내 왔다. 대회 재개 여부와 일정은 금강산 실무회담 결과를 지켜보아야 알 수 있게 되었다. 일말의 우려가 현실화한 데 대해 대회 준비측과 참가자들은 실망감을 애써 누르면서 결국은 대회가 성사되리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북 양쪽 실무자들 사이의 공식 회담만 네 차례, 최초의 의사타진을 비롯한 비공식 접촉은 수십 차례에 이를 정도로 이번 회담 준비는 치밀하고 완벽했다. 남북 양쪽 실무자들은 분단 이후 처음인 이번 대회의 성사를 위해 한마음 한몸이 되어 노력해 왔다. 양쪽 당국의 관심과 협조도 고무적이었다. 문인들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의 개·폐막식과 백두산 해맞이 시 낭송, 묘향산 민족문학의 밤 등의 행사를 머리에 그리며 대회 날짜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무엇보다 술잔을 나누며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뒤풀이’ 자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마냥 순조로울 것으로만 보였던 대회 준비가 장벽에 부닥친 것은 일련의 돌발사태들 때문이었다.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파동과 탈북자 대규모 입국이 그것이다. 이 두 사태를 기화로 북쪽은 남쪽을 상대로 한 일체의 창구를 닫아 버렸다. 당국간 대화가 전면 중단됨은 물론 8·15 대회를 비롯해 예정되었던 모든 민간 교류가 무산되었다. 사태가 험악하게 돌아갈수록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대회 성사에 더한층 매달렸다.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로 작가대회를 주목한 정부의 기대와 지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일단 실망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작가 사이의 만남이 추진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올림픽의 해인 1988년 남북작가회담을 북에 제안했고 북의 작가동맹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듬해 3월 대표 5명을 비롯한 남쪽 문인 26명이 버스에 타고 판문점으로 향했으나 파주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말았다. 회담장에 나와 남쪽 동료들을 기다리던 북의 시인 오영재씨는 즉석에서 “자리가 비어 있구나”로 시작되는 시 <전해다오>를 썼다. 그 시는 지금 서울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 액자로 표구되어 걸려 있다.

남북 문인들의 마지막 만남은 1945년 12월13일로 거슬러올라간다. 한설야와 이기영, 김사량을 비롯한 북쪽 문인 19명이 삼팔선을 거쳐 내려온 것이 12월10일이었다. 서울에서 회동한 남과 북의 작가들은 12월13일 조선문학가동맹을 결성하고 이후 전국문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북의 작가들이 다시 삼팔선을 넘어 올라간 뒤 사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그 해 12월27일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한반도 신탁통치가 결정되자 남과 북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갔고, 결국 전국문학자대회는 해를 넘겨 남쪽 작가들만으로 치러지게 된다.

이번 남북작가대회를 주관하는 민족문학작가회의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1945년 12월13일 이후 59년 만의 만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59년 동안 남북 양쪽 문인들과 문학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 온 터였다. 문학으로 표상되는 양쪽 민중의 정서와 사유 역시 균열과 대립의 행로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제 문학과 문학인이 분단과 대립의 질곡을 뿌리치고 화합과 통일의 길을 열어 나가자고 남북 문학인들은 다짐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공식 명칭은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로 되어 있다. 2000년 남북 정상 사이의 합의 정신과 그 실천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이다. 남북 문학인들의 만남은 정치·경제가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정서와 사상의 통일을 당겨 올 수 있다. 대회 이후 쏟아져 나올 보고문과 문학작품들은 남북 양쪽 민중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회에 참가할 100여명의 남쪽 작가들은 지난주 서울 수유동 통일교육원에서 방북교육을 받았다. 그들은 지금 초조한 마음으로 금강산 실무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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