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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08(일) 16:11

‘사전 예방의 원칙’


1854년 여름 영국 런던 중심부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려 불과 열흘 사이에 500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학계는 물론 행정당국도 콜레라가 공기오염 때문에 생긴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존 스노란 내과의사는 콜레라가 불결한 하수로 오염된 식수 때문에 발생한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동펌프의 손잡이를 떼어내 오염된 물을 먹지 못하게 하자고 당국자에게 요청했고, 다급한 당국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콜레라 환자는 놀랍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이야기는 이른바 ‘사전예방의 원칙’이 적용된 첫 성공사례로 꼽힌다. 코흐가 콜레라균을 발견하기 30년 전이어서 스노의 수인성 전염병 가설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또 하루 아침에 공동펌프의 손잡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주민들의 불편과 분노는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조처로 많은 귀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이처럼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더라도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리킨다.

최근 감기약의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을 둘러싼 사회적 파문은 이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이 성분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치 않았는데도 서둘러 해당 약의 회수조처를 내린 것은, 예상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자는 뜻에서다. 우리나라에서 대체품이 있는데도 추가연구를 한다며 미적미적 4년여를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험을 보는 방식이다. 심창구 식약청장은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나와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으며, 위험과 효용을 비교해 득이 있으면 쓰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항암제로 암 세포를 죽이려면 몸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예도 들었다. 과연 우리는 약의 위험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까.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감기약을 먹고 치명적인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면 며칠 고생을 할지언정 그 약은 차라리 먹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다. 대안이 죽음밖에 없는 항암제와는 비교의 차원이 다르다.

위험을 평가하는 이런 방식은 정책결정자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그들의 관심은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나”이다. 명백한 부작용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위험은 대중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이미 80년대 말부터 대세를 잡은 사전예방의 원칙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아직 과학적 논란이 끊이지 않던 성층권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프레온의 사용금지를 결정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대표적 예이다. 1992년의 리우 환경회의와 생물다양성 협약, 그리고 2001년의 스톡홀름 잔류 유기오염물질협약에서는 이 원칙을 명시적으로 표명했다.

지자체의 구체적인 환경정책에 채택되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는 지난해 사전예방의 원칙 조례를 제정해 기존의 위험평가를 대신하기로 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사업이나 물질에 대해 “과연 필요한가” “덜 해로운 대안은 없나” 등을 묻는 것이다. 이때 대중의 참여와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의 동의가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세상에 위험이 없는 곳은 없지만 불필요한 위험,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위험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만일 유독물질을 내 몸속에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면 충분히 설명해서 납득시켜 한다. 최근 잇따른 조류독감, 광우병, 불량만두, 그리고 감기약 파문에서 시민들을 불신과 불안에 몰아넣은 것은 바로 “절대 안전하다”는 정부 당국의 일방적 설명이다. 시민들은 내 몸에 들어온 또는 들어올 유해물질에 관해 알 권리가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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