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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7.25(일) 16:12

‘아이티 839’의 아킬레스건


‘국민소득 2만달러는 아이티(IT) 839 전략으로.’ 참여정부의 정보기술(IT)산업 육성 슬로건이다. 8가지 서비스와 3가지 인프라를 통해 9가지 신성장 동력 품목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8가지 서비스로는 2.3기가 휴대인터넷으로도 불리던 와이브로, 홈네트워크, 텔레메틱스, 비동기 아이엠티-2000, 지상파 디지털텔레비전, 인터넷전화, 무선사물인식(RFID)을 꼽았다. 3가지 인프라는 광대역통합망, 유-센터 네트워크, 차세대인터넷주소(IPv6)로, 9가지 신성장 품목은 차세대이동통신, 디지털텔레비전, 홈네트워크, 차세대피시, 시스템온칩, 임베디트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텔레메틱스, 지능형 로봇으로 정했다.

아이티 839 전략은 통신서비스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활용해 관련 정보기술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신 서비스 허가와 경쟁체제 유지를 통해 통신업체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단말기,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관련 정보기술산업을 발전시켜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하겠단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기회있을 때마다 “아이티 839 전략으로 2007년까지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일등국가로 만들고, 2012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가운데 5천달러가 정보기술산업에서 발생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통부는 이전에도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 같은 대형 통신업체들의 투자 확대를 독려해 정보기술산업을 키우는 정책을 펴왔다. 통신업체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가당국이나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가로막아주기도 했다.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통신장비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통신업체들의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탓이다.

하지만 아이티 839 전략의 경우, 통신업체들의 투자확대를 희망하는 수준을 넘어, 통신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를 전제로 해,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신규 서비스 사업허가를 받고도 사업성이나 기존 사업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할 경우, 아이티 839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의 발생 가능성은 비동기 아이엠티-2000 서비스에서 이미 입증됐다. 2000년에 사업이 허가됐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격적인 통신망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 허가를 받은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프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거나 주주들이 꺼린다는 이유로 비동기 아이엠티-2000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미루면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 업체들의 비동기 아이엠티-2000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이동전화 요금 인하 폭을 최소화해주고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는 ‘특혜’까지 베풀었으나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부가 업체를 설득하고 협박해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행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정부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비동기 아이엠티-2000으로 대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업체의 동의를 받아낼 방법을 찾지 못해 정책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사업허가 신청서에 명시된 서비스 개시와 투자 일정을 믿고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면 어찌됐을까 실제로 아이티 839 전략의 시발점으로 돼 있는 8가지 신규 서비스의 경우, 표준화와 사생활 침해 영향 평가 일정에 따라 허가와 서비스 개시가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다. 현재 통신업체들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과 충돌하는 문제를 들어, 사업 허가는 받되 투자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통신업체가 통신망을 구축하거나 콘텐츠 제공을 맡길 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하느냐도 아이티 839의 변수다. 통신업체가 특수 관계의 업체를 밀어줄 경우, 정부는 말 그대로 ‘죽쒀서 개준’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자회사나 계열사 단말기 비중을 높이고, 이동통신 업체가 속한 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주요 주주로 있는 벤처기업을 밀어줘 상장 때 수백억원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기게 하는 등 아이티 839의 취지를 허망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김재섭 정보통신 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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