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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02(일) 19:38

DJ의 3년반과 노무현의 1년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8·15 경축사에서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한 말이다. 디제이는 이때 재벌의 금융지배 방지, 순환출자 억제, 변칙상속 근절이라는 세 원칙을 추가해, 취임 직후 천명했던 투명성 제고,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다섯가지와 함께 ‘5+3 원칙’이라는 재벌개혁의 근간을 완성했다. 정부는 여세를 몰아 같은해 말 상속·증여세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위해 증권거래법을 고쳤다.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했다. 그러나 추상같던 개혁의지는 2000년 4·13 총선을 전후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2001년 2분기부터 본격화된 경기하강은 재벌개혁에 마지막 케이오 펀치를 날렸다. 2001년 말 출자총액제한제는 ‘구멍’투성이가 됐고, 재벌의 금융지배는 사실상 용인됐다. ‘백기’를 든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개혁이 외환위기 이전으로 후퇴했다”고 타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5+3 원칙’의 충실한 계승자임을 강조해왔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완’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지난 1년은 훼손된 재벌개혁의 원칙을 바로잡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바로 그 결실이 지난해 말 정부가 확정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다. 출자총액제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폐해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재벌개혁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이 로드맵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시장개혁을 갓난아기에 비유한다면 아직 엄마 뱃속에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동영씨가 17대 총선 직후 “노 대통령의 임기가 진짜 시작될 것”이라며 눈가를 적셨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겠지만, 일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의결권 허용범위 축소에 대한 재경부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3일 당정협의를 앞둔 열린우리당도 재벌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러다간 국민들이 이미 2001년에 보았던 ‘비디오’를 다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라면 ‘개혁 후퇴’까지 디제이는 3년 반이 걸렸다면, 이 정부는 1년으로 짧아졌다는 것뿐이다.

시장개혁만 따지면 노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오히려 디제이가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이 떠오른다. 카드사와 에스케이 부실 처리 과정은 시장원리를 위배한 디제이의 ‘현대 살리기’와 닮은꼴이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사람은 전혀 딴판으로 쓰는 것도 비슷하다. 그가 임명한 두 명의 경제부총리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개혁을 말하다가도 언제든지 ‘관치’와 ‘재벌과의 타협’으로 돌변하는 카멜레온 성향이다. 이헌재 장관은 2000년 4월 “재벌 구조조정본부가 과거의 기조실 행태를 계속하면 시장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지금은 틈만 나면 “성장과 분배 중에서 성장을 우선할 때”라며, 개혁의 전도사인 강철규 공정위원장의 다리를 잡고 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분배를 중시했을 때 과연 누가 자본주의적 동기에 의해 이윤추구 활동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하겠느냐”고 핏대를 올려, 참석한 기업인들로부터 ‘오빠’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공정위원장 시절에는 대통령 면전에서도 출자규제에 반대하는 재벌총수들에게 면박을 줬던 ‘소신파’였다. 김태동 금통위원이 99년 “정부 안에 재벌 비호세력이 있다”고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며 ‘개혁 유보’를 재벌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한번 놓친 개혁의 고삐는 다시 잡기 힘들다. 개혁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궤변일 뿐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한 시장개혁이 ‘사산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제이가 집권 3년 반 만에 저지른 잘못을 집권 1년 만에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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