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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4.04(일) 19:14

후유증을 어찌할꼬


4월1일부터 인터넷 수능강의가 시작됐다. 이 강의를 시청하려면 윈도, 인터넷익스플로러, 윈도미디어플레이어 같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 깔려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매킨토시와 공개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겐 인터넷 수능강의가 ‘그림의 떡’이다. 공개 소프트웨어란 소스코드(설계도)를 공개한 상태로 보급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리눅스와 스타오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교육방송> 관계자에게 이렇게 한 이유를 물었다. “솔직히 매킨토시나 리눅스 컴퓨터 사용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살피지 못했네요.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했는지 모르겠네.”

교육부 관계자에게 다시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윈도를 쓰지 않나요 더구나 이번에 엠에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예산이 부족해 고민했는데, 엠에스가 전국 고등학교에 보급하는 컴퓨터(서버)에 필요한 윈도서버 2003을 포함해 150억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주겠다지 뭡니까”

물론 인터넷 수능강의 시스템을 엠에스 소프트웨어에 맞춰 구축하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보면 이를 좋게만 볼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매킨토시나 리눅스 사용자들의 경우, 인터넷 수능강의를 시청하려면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프트웨어를 엠에스 것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명백한 정보접근권 침해다.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종류에 상관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보접근권은 정보시대의 새로운 기본권이다.

하지만 인터넷 수능강의 서비스에 대한 교육부와 <교육방송>의 태도는,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구나 같은 정부 부처인 정보통신부조차 최근 들어 국가 정보화가 엠에스 소프트웨어 기술에 종속되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보접근권에 대한 인식이 시대 흐름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엠에스가 소프트웨어, 그중에서도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참여연대 같은 단체들은 토론회를 열어, 엠에스 독점 때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보화를 재촉하면서 엠에스의 소프트웨어 시장 지배력은 더 커졌다. 대통령 임기 중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다 보니,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소수를 배려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엠에스 소프트웨어가 대거 동원됐다. 엠에스가 없었으면, 정보화를 이렇게 빨리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당연히 국가 정보화의 엠에스 소프트웨어 의존도는 더욱 심해졌다. 지금도 매킨토시나 리눅스 사용자들은 전자정부, 인터넷뱅킹, 인터넷주식거래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인터넷 수능강의를 통해, 엠에스가 가정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장악하게 됐다.

하긴 교육부가 정부와 업계의 ‘소프트웨어 독립’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정부와 업계는 1990년대 초 ‘엠에스 도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국산 운영체제 ‘케이도스’를 개발하고, 교육부에 한국통신(현 케이티)의 공중전화 낙전 수입으로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하는 피시의 운영체제로 채택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끝까지 엠에스 도스를 고집해 케이도스는 보급돼 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엠에스의 소프트웨어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01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이 한창일 때, 엠에스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값을 대폭 올렸다. 단속을 기화로 돈 주워담기에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윈도엑스피와 오피스엑스피부터는 불법복제를 막는다며, 제값을 주고 샀어도 엠에스의 인증을 받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달아 팔고 있다. 엠에스는 이제 교육부 덕에 안방 시장까지 독차지하게 됐다. 앞으로 벌어질 후유증을 어이할거나.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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