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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24(일) 21:07

우리도 한번 미국인처럼?


최근에 “사랑해요, 아메리카”를 부르며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결사반대하고 종교계의 부패에 대한 어떤 비판이라도 “마귀의 행각”으로 보는 일부 극우 기독교인들의 추태를 지켜보다가 문득 이를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10여년 전 러시아에서 만나본 한국 선교사들에게 그 같은 극단적 독선과 냉전 논리 신앙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내심 걱정한 것은 한국의 국외 이미지 개선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는 선교가 이렇게 하다 자칫 정반대의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앙을 타자와 함께 나눔으로써 타자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의 선교는 모든 종교인들의 생리일 것이다. 문제는, 국가와 유착하여 그 논리를 체화한 제도권 종교의 선교 행위도 지배자들의 사유·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것에 있다. 한말부터 한국에 들어온 미국계의 개신교 선교사들은 교육·의료에서 기여도 해 왔지만 무속·불교 등을 ‘우상숭배’로 낙인찍어 배척하는 등 전통과의 단절을 심화시키기도 하고 광적인 숭미주의에 젖은 매판 엘리트를 키워내어 한국의 내면적 식민화를 촉진시키기도 했다. 1960~7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함석헌 선생 등의 선각자들은 미국 선교사들이 끼친 해악을 내부로부터 극복하기에 이르렀는데, 전통·제3세계와의 교감·연대에 대한 그들의 깨달음은 ‘비주류’의 몫으로 남아있다. 특히 세계 주변부 지역을 선교지로 택하는 많은 한국 선교사들은 과거에 한국 땅에서 중심부 세력들의 종교적 대리인들이 저질러온 일들을 이제 밖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만난 한국 보수적 교회들의 선교사들이 가장 자랑했던 것은 “어려운 고려인을 키워주고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렵게 사는 동포들에게의 지원은 고맙지만 실제로 교회들이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것은 소수의 고학력 개종자들이었다. 미국을 절대시했던 한국의 친미 개신교 엘리트만큼이나 한국 교회에서의 선택을 자랑하는 그들의 인생이 탄탄대로에 오른 것이야 좋지만 이들 수혜자 집단을 보는 다수 동포나 현지 주민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결국 매판적 소수에 집중되는 시혜는 궁극적으로 분열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현지를 보는 선교사들의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시각이다. “지금 구 공산권이 겪는 모든 어려움이 공산주의라는 죄악을 저지른 데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과 같은 발언을 하나님을 펜타곤과 월가의 편에 서는 존재로 보지 않는 현지인이 들으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국민의 25%가 미국을 잠재적 침략자로 보는 옛소련에서도 환영 못 받을 사유방식이지만 미국 침략을 이미 당하고 있는 중동에서는 한국 교회들의 고질적인 숭미주의가 생명의 위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재한 미국 선교사들의 무속·불교 멸시 못지 않은 한국 선교사들의 현지 문화·종교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다. 같은 기독교 종파인 러시아 정교회마저 ‘진정한 기독교’로 보지 않는 그들은 이슬람에 대해서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 이상의 배타심을 내보이는데, 종교와 정치가 잘 분리돼 있지 않은 중동·중앙아시아에서 이는 “한국이 침략자의 편에 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뿐이다. 그러한 메시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 앞으로 과연 어떤 형태의 ‘답신’이 올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만 한 일이 아닌가?

국내에서 수구 결사대로 활동하는 보수적 교회들은, 국외에서 물질적 시혜주의와 교세확대 제일주의, 현지의 전통에 대한 경멸, 그리고 일그러진 세계관으로 ‘제국의 시녀’라는 한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빈민의 하나님, 신음하는 자의 하나님, 칼과 재판관의 법복을 부정한 하나님을 망각해버린 그들의 신앙 아닌 신앙의 안타까운 결과인 것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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