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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7.25(일) 16:16

소작농의 투쟁에서 배운다


‘쿨’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1980년대의 인기 테마이던 일제하의 농민 투쟁사는, 요즘에 들어와서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나로서는 이를 참 아쉽게 여긴다. 표면적으론 일제 시대와 우리의 상황이 달라 보이지만, 민중이 처한 현실과 그 타개책들이 어떤 면에서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제 지배의 형태로 조선이 전성기의 제국주의의 세계 체제에 편입되었을 때, 지배층과 민중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였다.

일제의 토지조사로 전답에 대한 사유권을 보장받은 재산층은 이른바 ‘국제화’ 시대를 구가했다. 이들은 신학문과 새로운 소비품으로 권위를 과시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부유층의 이러한 ‘안정’의 대가는 민중의 ‘불안정성의 증대’였다. 1910년대 말에 조선 농가의 약 40%가 소작농이었는데, 소작의 여건은 조선시대의 사정에 비해서 크게 나빠졌다. 5할 미만이었던 소작료가 6~7할로 고율화된 것도 고통이었지만, 가장 아픈 문제는 소작의 ‘비정규화’에 있었다. 조선시대에 소작농은 요컨대 ‘평생 고용자’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추방당하지 않았으며 보통 소작권을 자손에게 대물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하여 근대화는 소작농에게 계약 관계를 강요했다. 기한이 명시된 계약의 70%는 계약기간이 1년이었고, 20%는 2~5년이었기에 소작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지주와 마름의 횡포를 감수하고 무보수 노동을 요구대로 해주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정규성’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농민’의 ‘무단 해고’(소작권 이동 등)는 식민지 시대의 전체 소작 쟁의의 약 절반의 원인이 될 만큼 농촌의 가장 아픈 상처 중의 하나였다.

아이엠에프 환란 때 지배층의 ‘협력’으로 한국이 후기 제국주의의 금융자본의 수탈 체제 아래로 들어간 뒤의 사정은 어떠했던가

이른바 재테크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부유층은, 1910~20년대와 별 다르지 않게 ‘국제화’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차원이 달라진 것은, 이제는 자녀를 단순히 유학 보내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가 낳음으로써 태생부터 ‘내지’의 시민으로 만들거나 어렸을 때부터 ‘내지’로 보내 ‘자랑스러운 내지인’으로 키우는 형태가 됐다는 점이다. ‘조선인’이라는 범주를 벗어버리고 식민 모국의 ‘일등 시민’이 되는 것은 일제 하의 토착 지배층들의 소원이었는데, 아이들로 하여금 ‘미국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하는 그 후예들이 선조의 한을 풀어주고 있는 셈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판 머슴들의 사정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환란 이후의 변화들은 그들에게 역시 일제 초기처럼 ‘불안정성의 증대’를 의미한다. 공장·연구소의 머슴은 이제 조선시대의 온정주의를 본딴 개발독재 시대 식의 ‘식구’(평생 고용인)는 아니고 언제나 ‘편하게’ 해고될 수 있는, 그래서 늘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일회용 잡직들이다.

일제 하의 민생 파탄에 궁핍과 불안의 지옥으로 내몰린 소작농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근·현대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익히 알 것이다. 1920년대 초반에 쟁의 참가자는 많아봐야 수백명을 넘지 못했지만, 1935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6만명의 소작농들이 소작권 안정화를 비롯한 여러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섰다. 경제적 투쟁이 발단이 되어서 1930년대 초반부터 공산주의자 등 정치투쟁 단체들의 지도를 받는 ‘혁명·적색 농민 조합’들은 함경도, 전라도 등지에서 농촌의 진보화를 도모했다.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제를 몰아내고 사회주의를 건설하지 못했지만 이와 같은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있었기에 결국 남한의 극우정권도 농지 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경제적 투쟁과 아울러 본격적인 변혁을 위한 정치투쟁이 대중화돼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불안의 노예’로 만든 이 체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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