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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6.27(일) 16:45

유일 초강대국 영원할까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라는 현실에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미국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의 결여를 합리화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치가 가까운 미래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자주 들먹인다. 미국이 국제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이 초대형 불량 국가의 횡포에 대한 혐오증이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가 되더라도, 힘이 힘인 만큼 굴종하라는 이야기인가. 물론 어떤 시장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자본력에다 왜곡·거짓을 ‘정보’란 이름으로 각처에 날릴 수 있는 매체력, 그리고 폭격·미사일로 ‘원주민’들을 쉽게 멸종시켜버릴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삼위일체’의 위력을 과소평가할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강대국들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강국이 ‘최강’의 위치에 올랐을 때마다 지속적인 과도 팽창의 유혹에 빠져 결국 정복·지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또, 국고 탕진은 민생 도탄과 안팎의 피지배민의 저항으로 이어져 결국 ‘융성의 절정’은 쇠락으로 계승되었다.

예를 들어 요즘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청나라 건륭 황제의 시대(1735~1795)를 보자. 언뜻 보면 자랑스러워할 만한 측면들은 많았다. 차, 비단, 자기와 같은 중국 상품들이 유럽 시장을 장악하여 당시 중국인의 평균 소득이 유럽인 이상으로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유교, 합리적인 과거 시험’의 체제는 볼테르(1694~1778)를 비롯한 유럽 계몽주의자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담론적 헤게모니의 차원에서도 중국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던 것이다. 이는 좌파 등 이단에 대한 미국 학계·언론계·정계의 타자화, 배척의 정도를 외국에서 잘 파악 못하듯이 수천권의 금서를 불살랐던 당시의 ‘문자옥’(文字獄)의 실체를 밖에서 잘 몰랐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문물로 세계 최정상에 섰던 청나라의 건륭 황제가 최고의 업적으로 여겼던 것은 2300만량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이루어진 1755~1758년 간의 준가르 한국(汗國)의 멸국과 신강(新疆) 영토의 정복이었다. 국고의 2년간 세수입에 해당하는 돈을 들여 60만명의 준가르 인들을 몰살시키는 지노사이드를 벌였는데, 그 결과로 새로 정복한 지역의 국경 수비와 주민의 ‘반란’, 곧 독립운동 진압 비용으로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오늘날 미국의 국가예산을 적자투성이로 만드는 이라크 식민화를 방불케 한다.

황무지 개간이 가능하여 중원의 잉여인구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신강의 정복은 그렇다 해도 이어 별 성과 없이 끝난 1768~1769년의 버마 침략, 1788~1789년의 베트남 침략, 1790~1792년의 네팔 전쟁 등의 의미는 살육과 낭비뿐이었다 할 것이다. 건륭 황제 자신이야 ‘탐학을 일삼는 변방 군주들의 제거’(후세인 제거)와 ‘불쌍한 변방 백성의 보호’(이라크인 인권 보호), ‘자비스러운 덕화(德化) 보급’(중동 민주화) 등의 명분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전쟁 비용으로 인한 각종 잡세의 난립과 구휼제도(복지제도)의 부실화, 그리고 탐관들과 연계된 정상배들의 전횡(핼리버튼사와 체이니 부통령의 추태)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제국을 쇠퇴일로로 가고 말았다.

1796년에서 1805년에 걸친 백련교의 저항운동 이후에 민중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아 결국은 태평천국(1850~1864)이라는 ‘경쟁적 왕조’ 창립의 시도로 이어졌다. 18세기의 세계 최강 제국이 19세기의 침략의 대상물로 몰락하고 만 것이다.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月滿則虧).”

가장 탐욕스러운 자본, 가장 교묘한 정보 가공, 가장 잔혹한 살육으로도 ‘돈 먹는 하마’인 군국주의적 제국을 영원한 제국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참고]용어설명 : 지노사이드

이는 1933년의 '형법통일을 위한 국제회의'에 폴란드 유대인국제법학자 R. Lemkin이 '인종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 집단의 파괴, 학살을 범죄로서 처벌할 것'을 제안, 개인의 살인 개념을 집단에 적용한 것에서 유래, 44년에 렘 킨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이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뉴른베르 재판에서 人道에 대한 죄로서 나치의 전쟁범죄를 재판할 때 이용된 후, 48년12월의 UN총회에서 '집단학살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조약'으로 제도화되었다. 동 조약에서는 '지노사이드라는 것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인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하는'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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