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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11(일) 18:48

폭력에 대한 우리의 새 무감각증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 통치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 하나가 이념적·정치적 타자를 폭력으로 분쇄시키는 ‘완력 정치’라면, 또 하나는 매체·군대 등 기제들을 동원해서 국가·자본 독재에 대한 피지배자들의 ‘합의’를 조작하는 등 사회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공작을 벌이는 것이다. 보통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 이 양면 전략은 한 가지 경우엔 실패하곤 했다. 한 민중이 자각하여 소중한 목숨을 내던지고 압제자들과 사투를 벌였을 때에는 ‘국민 총화’에 대한 기만의 연막이 순간 흩어져 국가 관료 자본주의 체제가 그 사회적인 헤게모니를 일시적으로 잃곤 했다. 전태일을 비롯한 열사들의 희생과 광주에서의 학살이 미국 제국의 진면목에 대한 각성을 가져다 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류의 동요부터 88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으로 대표되는 국가적 기만의 체제는 투사의 주검 앞에서 잠깐이나마 힘을 잃었다. 열사들의 희생과 억압자들의 학살 장면을 보는 순간은 우리에게 ‘진실을 보는 순간’이 아니던가. 사실 미국의 진보파들도 그들의 ‘민주주의’가 참여적 파시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초토화된 베트남의 마을을 보기 전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몇 가지 현상들이 생겨나고 있다. 첫째는 국가·자본의 폭력에 의한 약자들의 새로운 가시적인 희생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노조 탄압에 죽음을 스스로 택한 한국 노동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데다가 최근 ‘불법 체류자 단속’이라는 인간 사냥으로 이미 9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살 등 죽음으로 내몰렸다. 또 입국 때 브로커를 통해서 한국 비자 발급 때 ‘송출 비용’ 등의 형태로 진 빚을 한국에서 월급 떼이고 체불당하느라 갚을 수 없었던 이들이 본국으로 끌려간 뒤에 자살로 몰릴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다. 둘째는 최근 대미 예속의 틀에 안주하여 미구에 닥쳐올 재앙을 볼 줄 모르는 한국의 관료와 보수 정객들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것은 새로운 희생자들이 한국과 이라크의 양민 저항세력 양쪽에서 나올 것을 의미한다. ‘제도적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국가 관료·자본의 통치의 비인간적인 진면목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약자의 가시적인 희생은 더이상 온건 ‘진보주의자’들의 의분을 자아내지 못한다. 이들 중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냥이나 이라크 침략 동참과 같은 만행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입장의 모순됨을 느껴서인지 보통 변명 식으로 ‘불가피론’을 펴는데, 이 ‘불가피’의 논리는 보수 언론의 ‘국익론’과 거의 구분하기 어렵다. 청와대 사이트 대량 메일 발송이나 항의 전화로라도 집권자들의 ‘표심’ 걱정을 일으켜 외국인 노동자 사냥과 같은 국가 범죄들을 저지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온건 ‘진보주의자’들은 국가 폭력을 방관함으로써 그 폭력의 공범이 되고 만다.

그러면 이들이 왜 이렇게 순치되었는가 배가 고팠던 1970~80년대보다 상당수에게 상대적인 풍요를 가져다준 1990년대 이후 남한에서의 국가·자본의 헤게모니가 가일층 강화됐다는 사실을 아쉽게도 인정해야 한다. 대다수 ‘개혁적인’ 지식인들은 이제 서구의 ‘온건 진보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시장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문제삼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근본적 변혁을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흠모의 대상인) 서구인들처럼 이제 ‘개량주의’를 더이상 부끄러운 단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와 자본은 정말로 ‘개량’되었는가 눈을 똑바로 뜨고 본다면, 외국인 노동자 사냥이나 이라크 파병 등만 보아도 매체·관변 학상배(學商輩)에 의해서 조작되는 국가·자본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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