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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08(목) 10:16

서구의 반전 운동이 주는 아쉬운 교훈


유럽에 살면서 내가 자주 목격하는 모습이 있다. 많은 영·미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부시 정권의 폭거(暴擧)들을 규탄할 뿐 아니라 지난번 부시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수십만명의 영국 시민들은 반(反)부시 집회를 통해 부시 정권에 대한 대중적인 거부감을 나타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침략의 주범 국가에서도 침략에 대한 지지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스페인과 같은 종범 국가의 경우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침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85~90%를 차지해 왔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서구가 반전과 진보의 보루라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된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전쟁 반대자들의 구체적인 실천을 보면 그들에게 과연 반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매스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전 데모라는 것이다. 물론 살육을 지켜보면서 가만히 있느니 데모라도 하는 것이 낫겠지만 아무리 집회를 해도 살육 기계인 제국주의적 군대를 멈추기는 어렵다. 오히려 평화로운 반전 집회의 진행 모습은 영국 등지의 권력자들에게 “우리”의 “민주성”과 “개방성”의 증거로 이용된다. 더 효과적인 것은 미제상품 불매운동인데 집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나름의 희생을 요하는 이와 같은 투쟁에 참여하는 서구인은 반전운동 지지자 중에서도 소수일 뿐이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1960년대 후반의 베트남전쟁 반대 때 썼던 방법인 “살육에 들어가는 세금의 납부 거부” 등도 가능한데 그러한 단계까지 가는 사람은 베트남전쟁 시절에 비길 것도 없이 극소수일 뿐이다. 영국이나 스페인의 경우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 중에서는 전쟁을 제외한 블레어와 아스나르 총리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서구가 진보의 보루라면 서구의 반전운동이 왜 과거에 비해서 이렇게 소심해졌는가

30년 전과 상당히 달라 보이는 서방의 반전 운동의 “부드러운”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1968년 전후의 서구의 신좌파 혁명들과 오늘날의 서구 진보파의 반세계화 운동을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점이 눈에 띈다. 1968년의 세대는 자본주의와 국가적 규율, 전통적 윤리의 규범을 철저하게 부정하면서 바리케이드에서도, 자율적인 공동체 생활에서도, 보수화된 제도권의 정당에 대한 거부에서도 환경과 인간성 위주의 구속 없는 새 사회로의 지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세계화 운동은 어떤가 1968년의 신좌파는 복지제도가 투철했음에도 자본주의 자체를 전복하려 했지만, 오늘의 서구 반세계화 운동의 주류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복지제도의 점차적 파괴만을 막으려 하지 자본주의의 틀에 맞서지 않는다. 제도권의 온건 좌파 정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서구의 반세계화 운동의 주류는, 서구 안에서의 복지 국가의 틀을 고수하려 하고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황폐화돼 가는 세계 주변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체 게바라와 마오쩌둥과 호치민을 열렬히 사랑했던 1968년의 세대와, 멕시코의 사파티스타의 투쟁을 그냥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로 보는 오늘의 진보적 서구인 사이에 천양지차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쉽지만 신자유주의의 광풍으로 “노동의 묘지”가 돼 가는 세계에서 상대적인 풍요와 안정을 홀로 누리는 중심부의 진보파는 이미 상당 부분 체제에 안주한 것이다. 그러므로 서방에서 제2 베트남전 반대 운동은 재현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진보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서구를 준거틀로 삼는 데에 익숙해졌지만 더 이상 그러면 안 된다. 안정이 보장되어 미국의 만행에 대한 “체제 규범 내”의 “온건”한 비판을 하면 되는 서구와 달리 미국의 북침에 언제 희생될지도 모를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의 제국주의의 진정한 희생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맺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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