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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2.09(일)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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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교수와 서울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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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수교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

  •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가 학교로부터 축출당한 지 4년 반이 지나갔다. 축출 당시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했고 서울대 총장은 그동안 세번째로 바뀌었는데 문제 해결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표상을 가진 서울대에서 상식의 회복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적 담합으로 공적 관계를 무화시키는 권력집단의 뻔뻔함과 힘의 논리에 복속된 관계집단의 비겁함이 빚어낸 폭력이 계속 관철되고 있다. 김 교수는 봄학기 개강과 더불어 ‘무학점 강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극우세력이 스스로 극우라 칭하지 않듯이, 폭력을 가하는 권력도 스스로 폭력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권력집단은 흔히 허상의 권위의 위선적 점잖음과 집단의 익명성으로 폭력적 실체를 감추는 데 성공한다. 공적 관계에서 무능하고 비겁한 자일수록 사적 관계망 속에서 기득권에 집착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적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권력에 도전하는 반역아들에겐 가차없이 배제의 논리를 적용한다. 수구는 승리하고 개혁은 설 자리가 없다.

    김 교수가 저지른 잘못은 딱 한가지다. 그들의 봉건적 장인-도제의 인간관계 속에서 받들어 모셔야 하는 장발, 장우성, 노수현 등 ‘원로교수’들의 일제 부역 사실을 들춰내는 불경죄를 저지른 것이다. 권력집단은 천기를 누설()한 김 교수에게 그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공적 언로를 통해 ‘원로교수’들에게 “일제에 부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감추도록 사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김 교수의 불응은 권력집단에 도전하는 괘씸죄로 발전하고, 곧바로 배제의 논리가 작동한다. 김 교수의 문제 논문을 잡지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그들은 재임용제도를 이용하여 반역아를 집단에서 축출한다.

    진리는커녕 합리성이 배제된 장에서 몰상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디자인, 미술, 건축학, 미학, 고고미술학, 문학 등 관련 학계로부터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월간 <디자인>으로부터 ‘올해(97년)의 디자인상’을 받은 ‘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와 ‘시각예술의 측면에서 본 이상 시의 혁명성’ 등의 논문에 부적격 판정을 내린 그들의 공격적 뻔뻔스러움은 전체 4장으로 된 논문의 5장을 평가한 데서 확인된다. 유령이 유령 논문을 심사한 것이다. 학외심사위원으로 김 교수에게 낙제점을 주어 탈락시킨 권아무개씨가 김 교수가 탈락한 8월31일의 이튿날인 9월1일에 같은 학부 교수로 임용된 사실에 이르러선 허탈하기까지 하다.

    법원은 1심에서 김 교수의 승소를 판결했으나 고등법원은 대학의 재임용제도가 임용권자의 재량행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김 교수의 요청을 기각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나 고법 판결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전망이다.

    그러나 상식은 법 이전에 지켜져야 한다. 또 씨를 뿌린 자가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더구나 상아탑에서 벌어진 폭력 아닌가. 문제 해결의 열쇠는 서울대 총장이 쥐고 있다. 정운찬 총장이 새로 취임한 지 8개월째이고 새학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 역시 사적 인간관계망에 갇혀서 공적 문제 해결을 소홀히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인문대 미학과를 통해 복직시킨다는 우회 방법을 마련했다가 스스로 번복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그의 개혁성이 상식의 회복조차 기대할 수 없는 정도의 것이라면 그것은 수구의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일이다. 김 교수의 복직 여부는 정 총장의 개혁성의 진정성을 알게 해주는 가늠자인데, 이 문제에 대한 정 총장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노무현 당선자의 집권과 함께 불어오리라는 개혁과 변화의 봄바람에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신호처럼 보인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그 어떤 이유로도 김 교수의 복직이 방해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본 소리다.

    홍세화 기획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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