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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1.17(일)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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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가, 야만인가 2/ 홍세화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한 재수생은 수능 점수 몇 점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라는 말을 들을까 두렵다”면서 죽음을 택했고, 매일 14시간씩 학습노동에 시달리던 한 초등학교 5년생은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급우들에게 당한 왕따의 고통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고발했다. 어린 아이들이 토해내는 고통과 절망의 소리들, 그러나 이 사회는 이미 면역이 되어서인지, ‘내 자식만 아니면 그만’인 죽음들이기 때문인지 눈 한 번 꿈적거리곤 그만이다. 남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 비정하기 짝이 없고 무심하기 짝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줄조차 모르는 지독한 불감증에 걸린 사회, 야만은 스스로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상적 고통과 절망은 내일도 또 그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복권이나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좀처럼 그 놀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절대 다수가 결국 잃고 만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놀음의 중독증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극소수의 횡재한 사람들을 선망하면서 그 안에 자신이 포함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 학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도 이와 비슷한 심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쟁을 통한 계층상승 게임에서 절대 다수는 결국 뒤떨어지거나 패배하고 말지만 혹시나 자기 자식은 극소수의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 대학생들의 집안 분석에서 드러났듯이 교육과정은 사회계층을 순환, 이동시키지 않고 단순재생산한다. 소수의 승리자는 이미 정해진 집단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에겐 교육이라는 이름의 경쟁게임보다 무작위로 추첨되는 복권이나 도박이 더 기회균등적이다.

이 땅의 교육현장은 실상 미래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장사판이다. 이 점은 사교육 현장에서 두드러지지만 학교도 언론도 정부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두 교육 파행과 왜곡을 낳는 학벌사회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해법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학벌사회를 부추기는 편에 속해 있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막무가내 자식이기주의에 올라타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교실에 가두면서 직간접수당을 챙기고 있고, 언론은 도박심리와 불안심리를 부추기면서 장사를 도모하고, 교육관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뒷전에서 철밥그릇에 만족하고 있다.

이 노름판, 장사판에서 죽어나는 것은 아이들이다. 도대체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아니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으면서 학습노동을 하루도 빼지 않고 강요하는 것이 억압이 아니고 학대가 아니라면 그 무엇인가. 학대받고 억압당한 아이들은 학대받고 억압당한 그만큼 남을 학대하고 억압한다. 피학은 그 상처의 깊이만큼 가학을 낳는 법이다. 학교에서 왕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다른 학생에 대한 학대와 억압을 통하여 자신이 당하는 학대와 억압을 보상하려는 것이며, 따라서 다른 학생에게 주는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가정을 떠나면서부터 오직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만 경험한다. 그들에게서 남에 대한 배려나 연대의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나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학벌사회의 폐해는 부, 명예, 권력을 일부가 독점하는 문제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학교의 좁은 교실과 과외수업밖에 모르게 된 아이들은 대자연의 정서를 상실했다. 어린 시절의 시냇물을 모르고 함께 별을 헤던 동무가 없고 바람소리, 풀벌레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게 된 아이들에게 ‘꿈’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꿈을 상실한 아이들이 과연 아이들인가. 어린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야만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 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 지금 당장 사회전체가 달려들어야 한다.

홍세화/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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