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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1년03월04일21시25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김위원장 `답방' 의미

    봄이 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가 큰 관심거리로 되고 있다. 한 때는 김위원장이 과연 서울에 오게 될 것인가가 문제인 것 같더니, 지금에는 오기는 올 것 같은데 언제쯤 올 것인가 하는 쪽에 관심이 더 기울어진 것 같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큰 탈 없이 진전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으며, 한편 미국에 조지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화해에 어떤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지금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 자체에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서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에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문제는 남쪽의 거의 대부분 언론들이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는 일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이름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6월 김대통령의 평양 나들이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길이었고, 장차 있을 김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는 김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의례적 답방이 아니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은 통일방안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점을 인정하면서 평화공존문제·통일문제·민족문제를 풀어 가는 최고 단위의 회담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를 보는 눈의 초점은 답방이 아니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 맞추어져야 한다. 평양에서 열렸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그동안 장관급회의가 몇 차례 추진되어 남북 사이의 평화정착에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이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한, 어쩌면 휴전협정을 넘어서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를 제2차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나들이는 답방이 아니라 남북 사이의 평화정착을 한층 더 진전시키기 위한 제2차 정상회담의 길이다.

    거듭 확인해야 할 일은 김위원장의 서울 나들이가 단순한 의례적 답방이 아니라 통일문제·민족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불가결한 일이란 점이다. 역사적·미래지향적 안목으로 보면 지금 우리 민족에게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하여 통일문제를 풀어 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김위원장의 서울 나들이는 형편에 따라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거나 또 전제조건이 붙을 수 있는 그런 예사롭고 의례적인 답방이 아니다. 만난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와서 김대통령과 함께 통일문제·민족문제를 한 걸음 더 진전시켜야 할 역사적·민족적 차원의 제2차 정상회담의 길이다.

    설령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분단과 대립과 적대관계 속에서 그의 서울 나들이를 반대하거나 또 어떤 조건을 달고 싶은 일이 있다 해도, 그것 때문에 그의 답방이 아닌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늦추어져서는 안 된다. 불행하게도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전체 국토가 초토화한 동족상잔을 겪은 우리 민족이지만, 이제 그 불행을 씻고 남북이 민족사회의 평화롭고 건설적인 장래를 위해 화해·협력해 나가려 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6·25 전쟁보다 더 큰 불행이, 더 한 맺힌 비극이 또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제 그런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민족사회의 화합과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할 때가 되고도 남았다.

    일부 계층의 생각이나 이해관계나 취향에 따라 민족문제 전체를 그르쳐져서는 안 된다. 지금의 우리 민족사가 나아가는 큰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적 민족통일의 달성이다. 따라서 그것을 반대하거나 저해하는 일은 곧 반역사적 행위가 되고 만다. 현 시점에서 김정일 위윈장의 서울 나들이는 이런저런 일로 조건 붙여질 수도 있는, 그리고 언론들이 잘못 이름붙인 답방이 아니다. 평화공존 정착을 위해 아무 전제조건 없이 반드시 열려야 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길이며, 따라서 어떤 명분으로도 억제될 수 없는 일이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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