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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1년02월11일21시17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휴전선에 통일연구소를

    지난 해 11월 중순 금강산 관광선 위에서 열린 어느 대학의 개교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학술회의를 하는 한편 금강산 등산을 했는데, 등산길에서 북쪽 환경관리원들과 환담하다가 이야기가 자연스레 통일문제에 미치게 되었다. 그들은 1국 2체제 연방제 통일은 당장이라도 못할 게 무어냐는 식으로 열을 올려 말했고, 그 말을 듣고 느낀 점이 있어서 북쪽이 말하는 연방제통일안은 사실은 사회주의 체제유지 안인데 남의 일부에서는 그것을 적화통일 안이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글을 이 난에 쓴 바 있다.

    글을 넘겨주고 바로 북에 가게 되었고 평양에서 통일문제를 다루는 그쪽 기관의 어느 고위층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남북 두 정부가 의논해서 비무장지대에 통일문제연구소를 짓고 남북과 해외동포 학자들이 공동으로 통일에 관한 모든 문제를 연구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더니, 그에게서 “통일을 그렇게 멀리 잡습니까” 하는 반응이 나왔다. 역시 1국가 2체제 통일은 하려고만 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안내하는 젊은 북쪽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기에, 연방제안이 주장하는 대로 외교권과 군사권을 즉시 하나로 하는 일은 지금 사정으로는 어렵지 않는가 하고 말했더니 “그렇기 때문에 낮은 단계가 아닙니까”하는 대답이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말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남쪽에서는 대체로 1국가 1체제 통일을 지향하는데 반해 북쪽에서는 1국가 2체제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것은 사회주의체제 유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적 역사경험으로서는 1국가 1체제 통일은 베트남의 전쟁통일과 독일의 흡수통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남북을 막론하고 전쟁통일은 말할 것 없고 흡수통일도 부인하고 있다. 전쟁도 흡수도 아닌 제3의 방법으로 통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지금 우리 민족 앞에 주어져 있는 것이다.

    전쟁도 흡수도 아닌 전례 없는 통일방법을 개발해 내는 일도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1체제이건 2체제이건 현존하는 남북의 2정부 위에 1국가를 수립하는 일도 연구하고 합의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또 분단시대 반세기를 통해 남북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이질화한 점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국어 문법이 다르고 그래서 국어사전이 다르다. 1체제이건 2체제이건 1국가로 하려면, 그래서 더 빈번하게 접촉하고 교류하고 내왕하려면, 남북이 가진 특색을 상당히 살린다 해도, 행정·사법·교육 체제 등에서도 어느 선까지는 접근해야 할 것이며 그 수준과 방법이 깊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양쪽의 군사력은 또 어느 선까지 어떻게 줄여가야 할 것인가 등등 연구해야 할 일들이 그야말로 산적해 있으며, 특히 6백만에 가까운 해외동포에 대한 정책도 어느 정도 합일되어야 그 사회의 분열이 더 계속되지 않게 될 것이다. 1국 1체제 통일을 하건 1국 2체제 통일을 하건 미리 남북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한데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연구해야 할 일들이 오죽 많은가. 남북 정부가 의논해서 휴전선 위에 규모 있는 연구소를 짖고 이념적으로 분단국가주의를 넘어 통일민족주의를 체득한 전문가·학자들이 모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통일방안과 민족문제 전체를 연구하는 일이 머지않아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겨우 평화공존을 시험하는 단계에 들어섰을 뿐인데 너무 앞질러 가는 이상주의적 생각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인간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이맘 때만해도 설령 남북 화해·협력을 희망한 사람이라 해도 경의선 연결작업이 연내에 시작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있었겠는가. 경의선 연결은 경제적으로 높은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남북화해·평화정착·통일진전을 위해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해도 우리는 철도선 연결을 위한 지뢰 제거보다 통일문제연구소 건축을 위한 지뢰 제거가 더 앞서야 함을 아는 그런 민족사회가 되기를 희원해 마지 않는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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