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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10월01일18시10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3김의 통일문제 시각

    우리 정치계에서 `3김'이란 말이 있은 지 벌써 30년 이상인 듯하다. 그 3김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김종필 전 총리 등을 가리킨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3김이란 말이 예사롭게 쓰이고 그들이 모두 역사적 인물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3김의 역사적 위치나 성격이 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김대중·김영삼 2김은 그때 쓰이던 말로 민주인사였고, 김종필 1김은 반민주인사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정계를 지배해 온 이들 3김을 1970~80년대에는 민주인사와 반민주인사로 구분될 수 있었다면,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특히 민족통일 문제를 두고 그들을 평화통일론자와 반평화통일론자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 후세 사가들의 평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그 이유를 말해 볼까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가 알다시피 집권 이래로 꾸준히 추진해 온 포용정책이 주효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실현시켰고,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군사관계회의를 여는 등 평화공존을 위한 대북 화해정책을 적극 펴감으로서 평화통일론자로서의 성격과 위치를 확실히해 가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역사학 연구자의 눈으로 봐도 이대로만 가면 그는 아마 후세 사가들에게 평화통일의 구체적 기초를 마련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직 때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가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김 주석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김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을 것이며, 그것이 평화통일 지향의 회담인 이상 김 주석이 서울을 답방해 후속 회담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뒤를 이어 평양에 가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그 답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로 오게 되니까,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반대하는 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김일성 주석은 서울에 와도 괜찮고, 김 현 대통령 때는 김정일 위원장은 와서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6·25 전쟁 문제가 주된 이유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 김종필 전 총리는 지금은 마치 보수정치인의 대표처럼 돼 있지만,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핵심인물이요,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치던 중앙정보부의 창설자로서 70~80년대 식으로 말하면 반민주인사 중의 반민주인사였다. 우리의 민주화 과정이 조금만 혁명적이었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그렇다 하고, 그는 시드니 올림픽입장식에서 선수들이 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직접 안 들었기에, 남쪽 선수만 따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어야 했다는 말인지, 남북이 동시입장 하더라도 깃발은 태극기여야 했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앞의 경우라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기립 박수를 하고 전 세계가 찬성하며 축하해준 남북 동시입장을 홀로 못 마땅해 했다는 말이 되겠고, 동시입장 하더라도 깃발은 태극기여야 한다는 말이라면 저명한 정치가로서는 너무 현실을 무시한 말이다.

    한반도에 사는 7천만 누구라도 제 주견에 따라 평화통일론자·전쟁통일론자·흡수통일론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고위층,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를 지내고도 아직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민족사회의 현실적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사는 바야흐로 제국주의와 냉전체제를 해소하고 평화주의와 문화주의의 새 세기를 지향하고 있다.

    정략적 목적에서 내가 할 때는 상대방 정상이 서울에 와도 괜찮고 남이 할 때는 안 된다고 하거나, 세상이야 변하건 말건 뭇 사람이 옳다하건 말건 내 마음에 안 드면 못 마땅해 하는 그런 사람들이 정치지도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70~80년대 3김은 2 민주인사와 1 반민주인사로 구분됐는데, 2천년대 3김은 1 평화통일론자와 2 반평화통일론자로 되는 게 아닌가 생각되어, 우리 정치철학의 빈곤성과 후퇴성을 실감하게 한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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