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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9월03일18시30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새 통일교육 시급하다

    지난 주초 부산교육연구소 소속 윤리교사 여섯 분이 연구실을 찾아 왔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통일문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다가 도움이 될만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하고 일부러 상경했다고 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후 남북문제가 너무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데 다음 학기 개학을 앞두고 당장 통일교육을 해야 하는 윤리교사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민간의 평화통일 열기가 확산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의 통일정책이 추진되어야 이상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군사독재정권이 30년이나 지속된 결과, 지금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문제·통일문제를 풀어나가고 민간이 이를 따라가기 숨차는 상황이 되었다. 일선에서 통일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처지가 어려워졌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분단시대를 통해서 각급 학교에서의 통일교육과 대북교육은 체제 경쟁적·대결적 교육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현실은 갑자기 대북 화해분위기로 돌아섰지만, 경쟁의식 및 대결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남쪽 통일정책의 정당성과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종래의 교과서에 따라 그대로 통일교육을 하자니 어렵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내년에 제7차 교과과정 개편이 있을 예정이지만 개편되는 교과과정은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가르치게 되어 있고 2·3학년은 지금의 교과서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당장 시작되는 금년 2학기부터 도덕교과서의 매 단원마다 들어 있다는 통일 문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통일교육을 우선 과거의 대결구도 교육에서 화해구도 교육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이 일을 교육부가 아니면 통일부가 주관해야겠는데, 지금의 교육부는 혹시 통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철학'이나 방법론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또 지금의 통일부는 그것은 어느 정도 가졌다해도 인력과 기구와 시설과 비용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닌지, 그래서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화해구도 통일교육은 공중에 떠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해도 화해구도 아래서의 통일교육 내용이, 국가보안법이 엄연한 현실적 조건 아래서의 통일교육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하는 잣대 같은 것을 정부가 시급히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찾아 온 윤리교사 한 분의 말과 같이 교사들이 다소 전향적인 논설이나 논문들을 참고해서 교과서 수준을 넘어 남북관계의 변화에 상응하는 통일교육을 한다해도, 그것을 들은 학생들이 집에 가서 전달하고 그 결과 어떤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을 때, 지금의 조건에서는 교사가 참고한 학자 개인의 논설이나 논문이 강의의 정당성을 보장해주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 개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국가가 보장하는 부교재라도 시급히 작성하여 다음 학기부터 가르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윤리교사들과 대화하면서 문득 1983년 봄인가 여름에 어느 기독교 기관의 요청으로 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요사이 강연하는 내용보다 훨씬 소극적인 평화통일 문제를 강의했다가 약간 고초를 겪은 일이 생각났다. 군사독재정권 아래라 해도 민족의 장래를 위한 긴 안목의 평화통일 교육을 어느 정도 올바르게 해 왔다면 지금 이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일선 교사들이 부교재라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아닌 이상 화해구도 통일교육을 하기 어렵다고까지 말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면서, 남북 화해구도 평화통일 교육이 뿌리 내릴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직선으로만 가지는 않는다. 혹시 포용정책 즉 우리가 말하는 적극적 화해정책에 제동을 거는 정권이 성립되어 협상통일·화해통일 추진이 다소 머뭇거려지는 경우가 있으면, 그것을 재추진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화해구도 통일교육이 하루 빨리 실시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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