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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8월06일20시46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기념관 대신 자료관을

    박정희 기념관 건립 장소가 구체화하면서 다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기념관은 물론 있을 법하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의 기념관을 만들려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진 뒤라야 가능한 것이 상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전혀 되지 않았고,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심하게 맞서있다. 그런데도 기어이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있다는 말이 되겠는데,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하려 한다면, 그 가족이나 추종자들이라 해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면 반대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평가가 덜 된 상태에서 세워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기보다 대통령 자료관을 세우는 일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중심제 체제에서 대통령들의 통치자료를 제대로 수집·보관하여 역사자료가 되게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관계자료를 그의 사저인 이화장에 보관했다가 지금은 연세대학 쪽으로 간 것으로 아는데, 그 자료, 특히 대통령 시절의 자료는 당연히 국가소유가 되어 대통령 관계자료로서 보관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1961년에서 68년까지 박정희 정부의 통치자료 14권이 청와대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그 이후 10여 년간 박정권의 통치자료는 어떻게 되었는지, 10·26사건 이후 최규하 정부의 대통령 관계자료는 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 자료들도 찾아내어 역시 대통령 관계자료로 보관하여야 할 것이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계엄확대로 성립된 전두환 정부 때 처음으로 청와대에 통치자료 비서관을 두고 옛날의 사관처럼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통치자료를 기록토록 했고, 그 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이 모두 통치자료 비서관을 두었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의 대통령 관계자료는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뿐 정부 보관으로는 전혀 남아있지 않는 것 같고, 노태우 정부의 경우 색인을 포함해서 83권, 김영삼 정부의 경우 111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두환씨의 경우 검찰이 추적하고 있는 2천억원이 넘는다는 환수금 문제도 있지만, 처음으로 통치사료 비서관을 두었던 대통령으로서 그 비서관에 의해 기록된 자료는 반드시 국가소유로 돌려주어야 한다. 대통령은 공인 중 공인이며 재임중 공무원인 통치자로 비서관에 의해 작성된 대통령 관계자료는 당연히 국가소유로 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환수금 문제로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재임 때 공적 비용으로 작성한 대통령 관계자료를 내어놓지 않고 있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부당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료를 내어놓지 않으면 못 내어놓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통치행위의 정당성 자체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정부를 자처하는 김대중 정부가 상당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괴뢰 만주제국 장교출신이며 군사독재의 `원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막대한 국고금과 시유지를 지원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명분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고금으로 어느 한 사람 대통령의 기념관을 세울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료관을 세워 역대 대통령 관계자료를 수집 보관하는 일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국고지원으로 독재자 개인의 기념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서 비롯하여 그 이후의 모든 대통령 관계자료가 한자리에 모아지는 대통령 자료관을 세우고, 전직 대통령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법으로 압수라도 해서 보관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념관은 찬양관이 되기 쉬운데 반해 자료관은 긍정적 부정적 자료를 모두 수집 보관함으로써 객관성 높은 역사의 보고가 될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독재자의 찬양관을 지을 것인가 역사의 보고를 지을 것인가.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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