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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7월16일21시01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의칼럼] 정상회담과 주변 4강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 온 김대중 대통령이 미·일, 중·러 등 주변 4강 정상에게 사람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서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는데도 미국 국무장관이 기어이 서울을 다녀갔다. 또 노태우 정부 때 30억달러인가를 차관 주고 한·러 국교가 열리면서 조·러 관계가 소원해지더니 남북 정상회담 뒤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정상회담 뒤 주변 4강의 정보원들이 서울에 몰려와서 대북 정보 및 정상회담 뒤 한반도 정세 파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정상회담이 그만큼 주변 4강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는 말일 것이다.

    20세기까지의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어려운 역사를 겪어야 했다.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은 그곳을 발판으로 삼아 중국을 침략했고,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하자 미·소 두 전승국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으며, 그것이 분단으로 이어져 북쪽은 중·소 세력권에 남쪽은 미·일 세력권에 포함됐다. 6·25전쟁으로 처음에는 북에서 다음에는 남에서 통일할 뻔했으나 미군 중심 유엔군과 중공군 등 외세 개입으로 어느 쪽으로도 통일되지 않았다. 한때는 또 독일식 흡수통일이 크게 기대됐으나 되지 않았고, 그 교훈 위에서 이제 정상회담을 통한 협상통일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협상통일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해방공간'의 교훈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민족해방운동 세력에 좌익도 있고 우익도 있은 위에, 38선을 경계로 미·소 양군이 분할 점령한 조건 아래서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안팎의 분단 책동을 극복하고 친소·반미도 친미·반소도 아니며, 순수 자본주의체제도 순수 사회주의체제도 아닌 그런 노선이라야 통일민족국가 수립이 가능했겠는데, 35년간 제국주의 강제지배를 받은 직후의 민족적 역량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하겠다. 좌·우익 연립정부를 세우는 방법, 극우 극좌를 배제한 중도파 정부를 세우는 방법 등이 한때 논의되고 또 기도됐으나 모두 실현되지 못하고 결국 분단국가들이 성립되고 말았다.

    언제쯤 완전 통일이 될지 모르지만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 정세를 한번 예상해 보자. 20세기의 대결적 국제관계를 근거로 해서 보면 한반도가 미·일 등 해양세력권에 포함되는 통일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통일된 한반도 및 일본·미국 연합세력과 중국·러시아 연합세력이 대립하여 동아시아 전체가 평화롭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한반도가 중국·러시아 등 대륙세력권에 포함되는 통일이 가능할지는 더욱 의문이다.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통일된 한반도 및 중국·러시아 연합세력과 미국·일본 연합세력이 대립해 역시 동아시아가 평화롭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가 대륙세력권과 해양세력권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고 또 분단되지도 않고 통일·독립된 채 제3의 위치를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1885년에 이미 영세국외중립론이 나왔다. 그러나 국외중립론은 약육강식하는 제국주의시대 약소국의 안전을 위한 소극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돼도 주변 4강보다 작고 약하게 마련이지만, 21세기는 20세기와 같은 제국주의시대도 냉전시대도 아닌 평화주의와 유럽에서와 같은 지역공동체 발달이 기대되는 시대다. 통일된 한반도가 국외중립지대가 되는 경우 동아시아공동체 성립은 어려울 것이며, 21세기에는 한반도가 소극적으로 국외중립지대가 되지 않더라도 대륙세력권과 해양세력권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체적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하여 동아시아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세력권에 포함됐다가 분단되어 한쪽은 대륙세력권에 다른 한쪽은 해양세력권에 포함됐던 20세기의 실패를 교훈 삼아, 21세기 한반도 주민들은 대륙세력권에도 해양세력권에도 포함되지 않고 그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제3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서 대륙세와 해양세의 맞부딪침을 중화시키고 전체 동아시의 평화를 담보하는 그런 통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성공이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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