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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6월25일18시16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칼럼] 통일방향의 합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6·15 남북 공동선언은 정말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선언이지만, 그 중에서도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이 특히 새롭고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야 남북이 공통된 통일방안을 가지는데 합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낮은 단계 연방 공통점 인식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에는 일찍이 7·4 공동성명에서 일단 합의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와서 평화통일안으로서 북쪽은 연방제안을 남쪽은 연합제안을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연방제안은 내치권을 가지는 남북 두 정부 위에 외교·군사권을 가지는 하나의 국가를 두자는 안, 곧 1국가 2정부 2체제 안이고, 연합제안은 그것은 시기상조이니 외교·군사·내치권을 가지는 두개의 정부를 유지한 채 화해하고 신뢰를 구축해 가자는 안, 곧 2국가 2정부 2체제 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1국가로 할 것이냐 상당한 기간 2국가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차이가 있어도 2정부 2체제를 유지하자는 데는 합의됐고 그것이 남북합의서를 교환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1국가 1민족 1체제의 완전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2국가체제에서 1국가체제로 가게 마련이며 다만 언제쯤 가느냐는 시기적 문제가 있을 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남북 양쪽은 연합제안과 연방제안이 전혀 다른 것처럼 평행선을 달려 왔으며, 남쪽의 경우 `낮은 단계'이건 `느슨한 모양'이건 연방제만 말하면 마치 이적행위라도 하는 것처럼 다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 결과 나온 6·15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연합제안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문제를 지향해 가기로 합의했다. 그 초점은 연방제안에서 주장했던 외교권과 군사권을 가지는 중앙정부를 현재의 남북 두 정부 위에 따로 두는 일을 유보하고, 현재의 남북 두 정부가 외교·군사·내치권 모두를 그대로 가지면서 앞으로 남북간의 정상회담·각료회담·의회회담 등을 통해 통일을 지향해 가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모처럼 이뤄진 남북간의 통일방안 합의를 두고 연방제안이 더 강하게 채택되었는가 아니면 연합제안이 더 강하게 채택되었는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첫째 통일인식과 통일방안이 훨씬 더 실사구시적으로 되었다는 점, 둘째 지금까지 접합될 수 없는 것처럼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던 연합제안과 연방제안이 각기 그 방향을 조금씩 안으로 돌려 앞으로 어느 시점에서는 두 안이 접합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셋째 7·4 공동성명에서는 원칙만 제시됐을 뿐이었고 남북합의서에서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통일방안이 처음으로 남북 당국자 사이에서 합의되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통일하자 소리쳐도 속으로 통일할 마음이 없으면 설령 좋은 방안이 있다해도 그것이 보이지 않게 마련이며, 겉과 속이 모두 진정으로 통일할 마음이면 잘 보이지 않던 방안도 보이게 마련이다. 공동성명이나 합의서가 나와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가도 진정으로 통일할 마음이 없으면 모두 휴지가 되게 마련이었다. 문제는 겉이 아닌 속으로도 통일하겠다는 마음이 있느냐는 점이며, 그것이 있다면 명분으로만 내세우는 방안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방안이 고안되고 또 합의되게 마련이다.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합의서보다 더 강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되는 6·15 남북공동선언이야말로 실천을 전제로 한 선언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가장 합당한 통일방안은 전쟁통일은 물로 흡수통일도 아닌 대등통일이요 협상통일이며, 현 시점에서는 평화공존이야말로 불가결한 통일의 과정 그것이라는 점을 아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취지에서의 통일교육 확산이 시급하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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