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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3월06일00시36분

    한겨레/ 사설·칼럼/ 강만길의 역사칼럼
    [강만길의역사칼럼] 베트남 참전의 진실

    베트남이 미국을 이기고 통일될 때, 또 참전병사들의 고엽제 후유증이 크게 부각될 때, 역사학 연구자로서 우리의 참전 명분이 무엇인가, 우리 역사에서 베트남 참전이 어떻게 써져야 할 것인가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통일된 베트남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다행히 며칠 다녀 올 기회를 가졌다. 베트남을 가봤다 해도 호치민시와 과거 베트콩이 작전기지로 사용했던 구치 지방의 땅굴 몇 군데 정도였지만, 그래도 배운 바도 컸고 느낀 바도 많았다.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은 5·16 군사쿠데타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내력을 이해하려면 5·16까지 소급해야 한다. 한국에 오래 있은 미국정보장교 하우스만에 의하면 그가 5·16 군사쿠데타 계획을 40여일 전에 미리 알고 본국 정부에 보고했으며, 5·16 새벽 민주당 정부 장면 총리를 혜화동 깔멜수녀원에 `유폐'시킴으로서 쿠데타가 성공하게 한 사람이 바로 당시의 주한미군 부사령관 위컴이었다는 설도 나왔다. 군사 쿠데타 계획을 미리 알고도 가만히 있었던 미국은 정작 쿠데타가 일어나자 주한 대리대사나 8군사령관으로 하여금 합법 정부 지지 운운하면서 쿠데타 반대성명을 내게 했던 것이다.

    5·16 쿠데타를 묵인 혹은 방조했으면서도 미국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정통성 없는 약점을 이용해 압력을 넣음으로서 두 가지 큰 수확을 거두었다. 그 하나는 한·일 협정을 체결하게 한 일이고, 또 하나는 한국군을 베트남전에 참전시킨 일이다.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베트남 참전 명분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반공전선의 동남아로의 확대이고, 또 하나는 경제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이었다. 그러나 반공전선 확대 명분은 사회주의세력에 의해 통일된 베트남과 다시 수교하면서 참전에 대한 유감을 표시함으로서 스스로 부인한 셈이 되고 말았다.

    같은 베트남 참전이라 해도 미국과 한국의 명분은 달랐다. 미국은 자본주의 종주국으로서 사회주의권의 확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오지랖 넓은 명분이라도 내세울 수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 통일된 후의 사회주의 베트남 정부와 수교하면서 참전 사실을 사과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니, 식민지 피압박민족이란 같은 처지를 겪었으면서 남의 민족해방전쟁을 방해하는 참전이 됐고, 같은 분단민족으로서 남의 통일을 저지한 참전이 되고 말았다.

    경제건설 자금조달 문제는 애초부터 명분으로 내세울 일이 못 됐다. 지난날 제국주의 국가들이 남의 땅이나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으면서 겉으로 내놓은 명분은 후진지역 개발이었지만, 사실은 제 나라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더 앞선 목적이었음은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다.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참전 명분으로 우리의 경제건설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제국주의적 참전이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전몰 장병과 목숨을 걸고 참전했던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명분을 찾기 어려운 이 참전이 우리 역사상 유일한 침략사의 오점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두렵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베트남인들이 아직 한국인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겠지 하고 물었더니, 미국의 요구로 참전했음을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당시로서는 베트남 못지 않게 가난했던 한국이라 `용병' 노릇이라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동정심 섞인 대답 같았다. 적개심을 가졌다는 대답을 듣는 것보다 오히려 더 부끄러움을 느꼈다. 베트남을 떠나면서 어설픈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참전이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또 역사에도 그렇게 쓰고 앞으로 두 민족 사이의 우의증진을 위해 각별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일본에게 요구해 온 것도 바로 그 점이니까.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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