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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시각 2000년02월14일03시02분 KST

    낙선운동, 왜 일어났나

    지난 15대 총선 때만 해도 없었던 낙천·낙선 운동이 16대 총선을 앞두고 왜 이렇게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가.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볼 수 있어야만 이 운동의 정당성과 역사성이 이해되고, 또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낙천·낙선 운동이 일어난 첫째 원인은 역사적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 정치계의 대폭적 물갈이가 요구되는 시점이란 점에 있다. 8·15와 4·19,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성립 등 몇번의 민주적 변혁이 있었으나 어느 경우도 정치계를 대폭 물갈이하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해방 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로 성립됐으면서도, 한편 5·16 쿠데타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과 연합함으로서만 성립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개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16대 총선은 그런 의미에서 국회쪽을 포함한 전면적 정권 교체를 이룰 기회가 될 수 있어야 하며, 낙천·낙선 운동은 그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낙천·낙선 운동이 일어난 두 번째 원인은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한 데 있다. 일제강점시대와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두텁게 자리잡은 반역사적·반민주적 정치세력을 도태시키는 일차적 역할은 시민운동 이전에 언론쪽에서 맡았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언론계 자체가 군사독재정권과 유착관계에 있었고 그 때문에 설령 다소 개혁적인 정권이 서서 물갈이를 하려고 해도 그 영향이 자신에게 미칠 것을 우려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민층의 낙천·낙선 운동에 대해 언론쪽에서는 적극 지지, 엉거주춤, 흠집내기 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언론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결과 일어난 운동임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정치계가 자정 능력이 없고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한다 해도 시민사회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면 낙천·낙선 운동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운동이 일어난 세 번째 원인은 바로 시민사회의 역량 향상에 있다.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반군사독재 투쟁을 통해 민중운동의 한 부분으로 활약했던 시민층의 역사의식과 민주역량이 크게 성장했다. 이런 시민층의 의식 및 역량의 성장이 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민중운동의 틀을 벗어나 시민운동으로 자리잡게 했고, 이제 낙천·낙선 운동을 일으킬 수 있게 했다.

    반군사독재 투쟁을 통해 시민층의 의식과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지만, 시민층을 포함한 우리 민중운동의 역사는 벌써 한 세기가 넘었다. 시민층은 구한말의 국권수호운동과 일제강점시대의 민족해방운동과 해방 후의 반독재운동을 통해 노동자·농민층과 함께 그 핵심적 역할을 다했다. 1990년대로 들어와서 시민운동이 민중운동에서 독립하면서 경제정의구현운동·사회정화운동 등을 벌이다가 이제 정치운동으로서의 낙천·낙선 운동을 일으키는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노동·농민 운동과 얼마나 동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시민운동이 노동·농민운동과 화학적 결합을 했다면 앞으로는 물리적 결합만이 가능할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낙천·낙선 운동이 일어난 네 번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시민층이 민중운동의 일환으로서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민운동으로 `독립'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까지 경제·사회 운동에 한정되었던 시민운동이 2000년대 와서 낙천·낙선 운동으로 나아간 것은 분명 일단의 발전이다. 다만 군사정권 이래 정치 개혁을 가로막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역감정의 벽을 얼마나 넘느냐에 이 운동의 성패가 달렸다고 하겠다. 그리고 낙천·낙선 운동으로 높아진 시민운동의 열기를 총선 후 어느 쪽으로 주력해 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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